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덕분이다.

국내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주주친화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주가가 상승추세를 이어가려면 실적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약효 발휘해 주가 급등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5.25%(6만3천 원) 오른 126만4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거래된 삼성전자 주식은 84만4130 주이고 거래대금은 1조830억 원이나 됐다.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긴 것은 근래 보기 힘든 일이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것은 삼성전자가 2007년 이후 7년 만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2조2천억 원을 들여 보통주 165만 주와 우선주 25만 주를 매입한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주가안정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게 됐다”며 “27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결정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저점을 지나고 있어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 결정이 나온 것”이라며 “주주가치 높이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 상승추세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도 “과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기간 중 주가가 동반상승한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그동안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주가가 다른 IT업체들보다 저평가됐지만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저평가 요인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을 이어가려면 자사주 매입 같은 단기적 이벤트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현 수준에서 한 단계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사업의 확실한 실적반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안정화가 기대된다”며 “하지만 주가의 추가적 상승은 배당금 확대와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의 실적개선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이지만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더욱 쉽게 만들기 위한 목적 등 지배구조 이슈와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분배하면 의결권이 부활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오너 및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7.63%”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하지만 예산 제약과 순환출자 금지 문제로 추가적 지분 매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며 “당장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앞으로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사주가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는 사업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보통주 1.12%를 취득하면 자사주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2.21%로 높아진다.

정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보통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며 “삼성전자는 이 기간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 요건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