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이 보급형 제품과 고성능의 대용량 반도체로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이 조만간 중저가 낸드플래시로 물량공세를 펼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D낸드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 고용량 낸드플래시의 성능 경쟁력과 생산 비중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해졌다.
 
중국 3D낸드 물량공세 임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로 맞대응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전자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4일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 기술 확보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기업에 이르면 내년부터 실질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성명을 내고 “외부 반도체기업과 기술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미 32단 3D낸드 개발에 성공해 올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일렉트로닉스위클리 등 외국언론에서 나오자 이렇게 대응한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신설하며 1제곱미터당 3만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중국정부 지원금으로 추정된다.

전체 투자규모는 300억 달러(약 32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약 26조 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계획도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더레지스터는 “칭화유니그룹 등 중국업체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현지 제조사 수요에 모두 대응하기 충분한 정도가 될 것”이라며 “D램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시바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중국에서 3~5년 안에 점유율을 대부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더레지스터는 바라봤다.

중국정부는 최근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등 압박에 나설 채비도 갖추고 있다. 반도체 자급기반을 확보할 경우 수입제한 등 강도높은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중국은 글로벌 IT기기 대부분이 생산되는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요국가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중국 반도체기업의 진출로 내년부터 심각한 낸드플래시 업황의 악화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중국 3D낸드 신규공장과 SK하이닉스의 청주 M15 공장, 인텔과 도시바의 새 3D낸드 공장 등이 일제히 내년부터 가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신규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에 더 무게를 실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렌드포스는 3D낸드 기술력이 앞선 상위 반도체기업은 업황 악화의 타격을 훨씬 덜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3D낸드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아직 최대 64기가 용량의 32단 3D낸드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고사양화 추세로 64기가 낸드플래시는 PC와 서버용 SSD, 프리미엄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기 어렵고 중저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이외에는 수요처를 찾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성능과 대용량 저장장치 양산에 유리한 3D낸드 기술개발에 글로벌 경쟁사보다 앞서나가며 모바일과 서버용 낸드플래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3D낸드 물량공세 임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로 맞대응

▲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반도체공장 조감도.


중국업체가 저용량 낸드플래시로 물량공세를 벌이더라도 사실상 시장이 분리된 고용량 낸드플래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기업용 서버의 고용량 3D낸드 수요가 낸드플래시 공급과잉 영향을 만회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파악햇다.

PC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용량도 최근 최대 512기가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용량 3D낸드 생산비중 확대와 기술발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정전환과 기술개발에 모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D낸드는 서버용 SSD 등 고용량 제품에서 특히 장점이 있다”며 “시장확대에 맞춰 꾸준한 기술투자와 72단 3D낸드 등 신공정으로 전환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