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7년 12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2018년은 대통령직 인수위조차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채 국정운영에 나서는 사실상의 원년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을 국정철학으로 내걸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본격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해보다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새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주요 기업과 기업인의 최대 현안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1] 착한경영 윤리경영만이 살 길
[2] 오너 리스크, 지배구조, 세대교체
[3] 혁신성장, 인수합병, 신사업
[4] 위기는 기회다
[5]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금융개혁, 금융시장 변화
[6] 2018년 빛낼 CEO, 이들을 주목한다 |
롯데그룹이 2018년에도 오너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롯데그룹 경영비리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당분간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과 신 회장이 모두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데다 박근혜 게이트 재판도 남아있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그룹 임원인사가 1월 초중순에 이뤄진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2월 BU체제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인사를 이미 실시한 만큼 이번에는 인사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롯데그룹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일단 신 회장이 받고 있는 재판이 언제쯤 마무리될지 예측조차 어렵다.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호텔롯데 상장, 일본롯데 경영권 등 역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 재판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는데 26일 선고공판이 열린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의 항소심도 앞으로 열리게 돼 신 회장은 올해에도 역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꾸준히 출석해야 한다. 박근혜 게이트 재판에서 실형을 받지 않더라도 어느 한쪽이 항소할 경우 지난해처럼 일주일에 2~3차례 법원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에도 연이은 재판 일정 탓에 장기출장을 가지 못하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롯데그룹은 올해 갈길이 바쁘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했지만 그룹 지배력은 아직 반쪽자리에 그치는 탓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를 비롯한 계열사 42곳의 지배력은 확보했다.
그러나 롯데지주 영향력 밖에 주력계열사인 화학부문 계열사를 비롯해 한국 롯데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도 있다. 신 회장은 이 계열사들의 지분은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부지런히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넓혀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당초 신 회장의 재판결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실적 회복 등에 따라 상장시기를 정하려 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상장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호텔롯데의 상장시기를 묻는 질문에 “언제든지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신 회장의 재판이 항소심 등으로 예상보다 길어지고 호텔롯데의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면서 상장시기를 잡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거래소는 대표이사가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를 받은 기업을 놓고는 상장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롯데 지배력도 과제로 남아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나 주주들이 신 회장을 대표이사직서 해임할 경우 일본롯데가 완전히 일본인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전문경영인체제가 우리나라보다 자리잡은 데다 도덕적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일본주주들의 지지로 한일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지만 지배력은 지분율 1%대로 매우 취약하다.
이들의 지지를 잃을 경우 일본롯데가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의 주력계열사의 경영권도 사실상 일본롯데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신 회장이 당초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개편에 나선 배경도 이런 지배구조와 깊이 관련돼 있다. 일본롯데와 연결고리를 최대한 줄여 한국롯데에서만이라도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필요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