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18일 “12월 초부터 매일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2016·2017년 단체교섭 임금부문에서 격려금과 성과급 등 문제를 놓고 회사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인력구조조정 문제와 임금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야 할 뿐 아니라 수주부진 등 여러 현안들이 얽히고 설켜 있어 임단협을 올해 안에 끝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2016년과 2017 임단협을 올해 안에 타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6일까지 회사와 집행부가 잠정합의안을 내놔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현재 2017년 격려금 및 2016년과 2017년 성과금, 고정추가근무 수당폐지와 상여금 분할 등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갈등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노조가 기본급 20% 반납안에 합의하지 않자 올해 8월25일 기본급 반납안을 무르는 대신 순환휴직·휴업과 교육 등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3차 임단협 제시안을 내놨다. 최악의 경우 회사측이 ‘감원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내비친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노조 관계자는 “2016년 수주절벽의 여파가 2018년 상반기에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회사가 이 시기에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며 인건비를 줄일 만한 대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신규수주도 2016년보다 크게 늘었고 2018년도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회사가 감원조치를 시행하더라도 과장급 이상 비노조원을 내보내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비노조원도 현대중공업 식구인 데다 과장금 이상 직원으로 최근 구성된 노조도 아우르기 위한 작업을 내년에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신규수주 47억1천만 달러를 확보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계열사와 함께 2018년에 모두 90억~100억 달러의 신규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11월 말까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가 확보한 신규수주보다 20%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수주잔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원 등 인력구조조정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강환구 사장은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과 함께 도크에서 건조되고 있는 배를 돌아보는 등 주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하며 현장직원을 직접 만나고 있다.
강 사장은 노무관리 전문가로 인정받아 2016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강 사장은 과거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를 맡을 때도 노조원과 직접 만나 대화하면서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끌어냈는데 현대중공업 생산현장을 둘러봄으로써 노조원과 직접 만나 소통을 강화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진행된 2018년도 인사에서 단독대표이사에 오른 만큼 노사갈등 해결 여부가 그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잣대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내년 3월까지 하이투자증권 지분을 45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3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 달성시점을 1년 정도 앞당겼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고 현금상황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는데 강 사장에게 노사관계 정성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환구 사장도도 단독대표이사에 올랐고 박근태 지부장도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만큼 전임자와 다른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강 사장과 박 위원장이 들어서고 나서 교섭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