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6일부터 급락했지만 매도 의견을 제시한 국내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한국거래소> |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매도’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두고 증권사들이 과도하게 상장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2곳 중 올해 매도 의견의 보고서를 낸 곳은 4곳에 그쳤다. 그나마 4곳의 매도 의견 보고서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이 기간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매수의견 비중은 84.4%였다. 매도의견은 0.18%였다.
2015년 5월부터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했지만 그 뒤로도 매수 의견만 내는 관행이 바뀌지 않은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 보고서 비율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의견 보고서 비율은 CLSA코리아가 38.4%, 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이 24.5%,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이 20.1%, 크레디트스위스가 15.8%로 15곳 평균은 15.5%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와 다르게 국내 증권사의 경우 기업 상대로 하는 업무가 많아 상장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중공업 사태를 겪으면서 증권사 보고서를 향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삼성중공업이 6일 올해와 내년 적자를 낼 것이라고 발표한 뒤 주가가 5일 종가였던 1만2600원에서 12일 7540원까지 40.2% 급락했다.
하지만 증권사 가운데 삼성중공업에 매도 의견을 제시한 곳은 회사의 실적전망 공시 전에도, 이 후에도 없었다. 대부분 목표주가를 내리고 몇 곳이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바꿨을 뿐이었다.
이렇게 과도하게 매도 의견을 피하는 이유를 두고 증권사들이 상장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증권사들의 매출에서 법인 영업을 통해서 얻는 수익이 절대적인데 매도 의견과 같이 부정적 보고서를 낼 경우 곧바로 고객사에서 항의가 오는 경우가 많다.
기업 탐방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증권사 연구원들도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상장사에 불리하게 보고서를 내는 경우 기업탐방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수의견을 낸 연구원은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서는 것과 반대로 매도의견을 낸 연구원은 언론 보도를 기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공연히 알려진 사실과 관련된 보고서 내용도 기업이 원하지 않을 경우 이를 두고 더 이상 정보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이 온다”며 “그렇게 될 경우 연구원 일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