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다 접었다.
KDB산업은행에 채무 만기연장 등을 내걸어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
15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7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안을 산업은행에 제안했다.
산업은행은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사들이겠다는 제의를 비공식적으로 받은 것으로 애초 알려졌는데 이 대기업이 SK그룹인 것으로 확인됐다.
SK그룹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SK는 이날 “SK그룹은 현재 금호타이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인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의사타진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 제안은 아니었다”며 “그 뒤로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논의를 진행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K그룹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놓고 “SK그룹이 7천억 원 유상증자 방안뿐만 아니라 다른 부가조건들도 내놓았다”며 “그 부가조건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어서 관련부서에서 검토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금호타이어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금호타이어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올해 안에 장기차입금 4479억 원을 갚아야 하며 앞으로 1년 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도 8655억 원에 이른다.
SK그룹이 신규자금을 일부 지원해줄 것도 요청해 협상이 일그러졌다는 말도 나온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SK그룹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중국 타이어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데 중국에 제 2의 SK를 세운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한 고리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 인사이더’는 중국에서 사업을 해 중국에 재투자하는 중국기업이 된다는 뜻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중국사업 전략이다.
SK그룹은 금호타이어 인수 제안을 할 당시 금호타이어 중국공장도 인수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뜻을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