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은행 주가를 끌어올릴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15%가량 떨어져 1만5천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은행 주가는 11일 1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7월 1만965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그 이후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에 은행지주사 주가를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오히려 9.5%가량 올랐고 신한금융지주는 4.1%가량, 하나금융지주는 0.8%가량씩 각각 떨어지는 데 그쳤다.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이 내년으로 사실상 미뤄진 데다 채용비리 의혹 및 계파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은행 주가가 아직 예보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기준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손 내정자 입장에서는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된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은행 주가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18.43%인데 예보가 잔여지분을 매각해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위한 매각가격은 주당 1만4300원 수준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당분간 우리은행의 안정화 과정을 살펴본 뒤 잔여지분 매각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점도 우리은행의 주가 부양이 필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을 향한 시장의 신뢰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가 주가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주가가 다시 일정수준으로 회복해야 예보의 지분매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손 내정자는 우리은행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 행장은 2015년에 취임한 뒤 3차례에 걸쳐 2만6251주를 사들였다. 당시 우리은행의 민영화와 관련된 강한 자신감을 외부에 보이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됐다.
손 내정자는 현재 우리은행 주식 2만3127주를 보유하고 있다. 손 내정자 역시 우리은행을 향한 시장의 평가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을 새롭게 이끄는 수장으로서 자신감을 외부에 보이기 위해 이 전 행장처럼 개인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은행 2017년도 배당금을 늘리는 주주친화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배당성향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27.7%, 2015년 31.78%(주당 500원), 2016년 21.4%(주당 400원) 등이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는 금융지주 전환을 대비하기 위한 자본적정성 확보차원에서 배당규모를 줄였지만 올해 우리은행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이와 상응하는 규모의 배당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에게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보다 내부유보를 통해 자본확충을 하라고 권고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가부양을 위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견고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리인상 등 영업환경도 나아지고 있는 만큼 주가는 차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 내정자는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기업설명회(IR)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행장이 매년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을 돌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우리은행 실적과 앞으로 비전을 제시해 우리은행 주가를 끌어올린 것과 비슷한 행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손 내정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가는 인위적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가 올라야 한다”며 “배당금의 경우 시장 친화적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해외 기업설명회에 적극 나서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