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가 국내 커피시장 포화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매출은 1조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8년 전 국내에 스타벅스를 직접 들여왔다면 이석구 대표는 스타벅스를 국내 커피전문점 가운데 압도적 1위로 키워냈다.
◆ 올해 매장 수 1100여 개, 매출 1조3천억 원
10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국 스타벅스 매장 수는 1100여 개 이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여 개가랑 늘어났다.
스타벅스 매장 수는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 가운데 이디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디야 매장 수는 전국에 2천여 개가 넘는데 가맹점 위주인 만큼 스타벅스와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 1조28억 원을 거두며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보다 30% 매출이 30% 가까이 늘었다.
세계적으로 스타벅스가 진출한 75개 국가 가운데 연간 매출이 1조 원을 넘은 곳은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뿐이다.
스타벅스의 매출 규모는 국내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투썸플레이스나 엔제리너스, 커피빈 등의 매출은 연간 1천억~2천억 원대에 불과하다.
스타벅스는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매출은 9108억 원을 거두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7.3%나 증가했다.
스타벅스는 매장 경쟁력도 다른 커피전문점을 압도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점포당 매출은 연간 평균 10억 원가량으로 경쟁사들의 2~4배 수준이다.
스타벅스의 높은 성장세는 커피전문점시장이 이미 포화시장에 이르렀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신세계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수혜를 보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절반씩 투자한 합작법인이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에 집기와 비품 등 소모품을 공급하고 이마트에 입점하는 스타벅스로부터 임대료도 받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를 상대로 매출 415억 원을 냈다. 2011년 97억 원을 거뒀는데 4배 이상 늘었다.
신세계푸드 역시 지난해 스타벅스와 거래를 통해 매출 683억 원을 올렸다. 신세계푸드는 스타벅스에 케이크와 제과, 수입과일 등을 남품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올해 이마트와 거래규모를 557억7천만 원, 신세계푸드와 거래규모를 904억3천만 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커피시장 포화에 고급화 전략으로 맞서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의 현지화 전략이 스타벅스의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2007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로 취임해 7일로 만 10년을 꼭 채웠다. 신세계그룹은 물론 유통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장수 CEO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 스타벅스코리아에서는 7년 동안 대표가 3번이나 바뀌었다.
스타벅스는 18년 전인 1999년 7월 이대 앞에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출범 첫 해에는 매장 1개, 직원 수 40여 명, 매출 6억 원에 그쳤다.
이 대표가 취임한 2007년에도 매장 232개, 매출 1344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매장 수는 1100여 개, 매출은 1조3천억 원까지 성장했다. 10년 만에 매장 수는 5배가량, 매출은 10배가량으로 키운 셈이다.
이 대표는 취임한 뒤 ‘사이렌 오더’, ‘콜마이네임’ 등 국내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여럿 선보였다.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 매장 반경 2㎞ 안에서 모바일앱을 통해 사전주문하면 매장에서 기다리지 않고 음료를 받아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는 2014년 5월 국내 매장에서 처음 도입돼 미국으로까지 확대됐다.
콜마이네임 서비스의 경우 실명을 불리는 걸 꺼리는 국내 소비자를 고려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본사 홈페이지에 고객 닉네임을 등록하도록 했다. 해외 스타벅스 매장은 직원이 시스템에 등록된 고객의 이름을 불러 커피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스타벅스만의 브랜드 파워를 쌓는 데도 주력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 비중이 낮고 중요도도 크지 않았던 MD제품을 수익화했다. 스타벅스 기념품을 사모으려는 충성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세계 75개국 가운데 디자인팀이 따로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MD제품은 1년에 300여 종 정도가 출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0%가량인 240여 종을 스타벅스코리아가 직접 디자인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매년 한정판 다이어리와 충전카드, 텀블러, 머그컵 등을 판매해 전체 매출 가운데 10% 정도를 MD제품으로 거두고 있다.
이밖에 전체 직원이 정규직이라는 점, 100%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도 스타벅스만의 이미지를 쌓는 데 일조했고 이런 이미지가 다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매장증가 속도가 느려지자 고급화 전략과 고객이 자동차에 탄 채로 커피를 구매하는 ‘드라이브스루’ 매장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타벅스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현재 전국에 120여 개가 있다. 스타벅스는 2012년부터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해 올해 초 100번째 매장을 열었다. 커피전문점이 포화된 수도권보다는 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을 중심으로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품질을 내세운 고급화 전략으로 경쟁사들과 매장당 매출 격차도 늘리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커피 열풍에 맞서 정반대 전략을 쓰고 있다. 커피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소비자들을 급증하는 추세에 맞춘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기존에 도입했던 리저브매장에 이어 이를 한층 더 고급화한 커피포워드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리저브매장은 전 세계 커피 원산지 가운데 극소수 농장에서 재배되는 최고 품질의 원두만을 선별해 로스팅한 프리미엄 커피를 판매한다.
커피포워드매장은 한 단계 더 고급화를 지향하는 매장으로 커피 애호가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최상급 에스프레소머신도 갖추고 리저브매장보다 더 다양한 드립커피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