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앞으로 인수합병 등을 통한 글로벌사업 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사료공장을 추가로 짓고 현재 30여 개인 해외 축산시설을 2020년까지 50여 개로 확대하는 등 동남아시아에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CJ제일제당은 CJ그룹 전체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간판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복귀와 함께 내건 ‘월드 베스트 CJ’의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이 회장은 2020년까지 36조 원을 투자해 해외매출 비중 70%를 넘기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신 대표는 이를 이해 CJ제일제당 재무안전성을 다지고 투자여력도 확보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외 식품 관련회사를 인수하는 데 모두 5042억 원을 투자하면서 순차입금이 지난해 말 기준 5조6525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신 대표가 글로벌사업을 확대하려면 차입금을 최대한 줄이며 투자자금까지 조달해야 한다.
신 대표는 CJ그룹 지주사와 계열사를 오가며 운영전략을 기획해온 ‘전략전문가’다. 1961년생으로 전임인 김철하 CJ기술원장 부회장보다 9살이나 젊다.
제일합섬 출신의 외부인사지만 일찌감치 이재현 회장을 도와 CJ그룹을 이끌 인물로 낙점됐다.
신 대표는 2014년 말 CJ그룹 지주사인 CJ에서 경영총괄을 맡아 그룹의 실세로 떠올랐다. '경영총괄'은 CJ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기획과 마케팅 등 현안의 의사결정을 도맡는 핵심보직이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꾸려진 그룹경영위원회에서 신 대표는 경영총괄로 CJ그룹의 주요현안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하고 의사결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J그룹이 최근 계열사 매각과 분할, 대규모 인수합병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대적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만큼 재무능력을 갖춘 전략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런 점에서 CJ제일제당을 맡기에는 신 대표에게 적임자라고 평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대표인 김철하 부회장이 CJ제일제당에서 걸어온 길은 신 대표에게 든든한 밑받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 부회장은 바이오부문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CEO로 꼽힌다. 그는 대표 취임식에서 “CJ제일제당의 1기가 설탕과 밀가루 등 식품소재, 2기가 다시다와 육가공사업이었다면 이제 바이오와 식품 신소재로 3기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했고 실제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매출은 매년 20%씩 성장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사업을 CJ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신 대표로서도 CJ제일제당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던 중국 메이화성우 인수가 막판에 무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단번에 글로벌 바이오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렸다는 평가도 나왔고 이번에 CJ제일제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신 대표에게 ‘월드 베스트 CJ’를 실현해야 한다는 과제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이재현 회장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