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딜러 감소, 미국에서 신차 부족 탓에 내년에 현대자동차보다 판매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7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정치문제(사드 보복)으로 2017년 중국에서 판매부진을 겪었는데 딜러 수 변동 때문에 2018년에 판매회복 속도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딜러 당 판매대수가 온전히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딜러 수 자체가 줄어들면 이전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판매를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중국과 미국 고전으로 현대차보다 판매회복 더뎌

▲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겪어 큰 폭으로 판매가 줄었는데 현대차 중국 딜러 수가 늘어난 반면 기아차의 경우 줄어들어 향후 판매회복 속도에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중국 딜러 수는 2016년 말 1020개에서 현재 1080개로 늘었다. 기아차의 경우 같은 기간에 770개에서 700개로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드보복을 겪기 전인 2016년까지 딜러 수를 늘려왔지만 2017년 들어 딜러 수 흐름이 엇갈린 것이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딜러 수 변동 차이는 중국 합자회사 파트너 입장에서 합자회사의 중요도가 차이가 난다는 점,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중국 서부 내륙에 진출 여부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는 베이징기차가 보유한 브랜드나 다른 글로벌 완성차회사와 설립한 합자회사와 비교해도 매출에 뒤처지지 않는다. 이 탓에 현대차가 사드보복을 겪는 중에 베이징기차와 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합자관계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또 현대차가 7월 중국 서부 공략의 거점으로 꼽는 충칭공장을 가동하면서 딜러 수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충칭은 중국 내륙에서 유일한 직할시이자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도 꼽힌다. 

기아차는 미국에서도 신차 부족과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현대차보다 느린 판매회복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가 2018년 미국에서 출시하는 신차는 7종인 반면 기아차의 경우 5종인데 주력 판매모델의 경우 현대차가 코나를 포함해 2종, 기아차는 스팅어 1종”이라며 “현대차가 인센티브 줄여 개선할 수 있는 이익이 기아차보다 클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는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싼타페를 위탁생산했는데 2018년 미국에서 판매하는 새 싼타페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가 싼타페 생산을 이전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겠지만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단기적으로 가동률 하락을 겪을 것”이라며 “기아차가 새 대형SUV나 새 쏘울을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2개 모델 생산시점이 이르면 2018년 말로 예상되면서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2018년에 손익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아차는 2017년 통상임금 1심 판결로 1조 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 기저효과 때문에 2018년 실적을 개선하겠지만 판매회복에 따른 실적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기아차는 2018년 매출 54조3751억 원, 영업이익 1조9491억 원, 순이익 2조1926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 실적 전망치와 비교해 매출은 1.4% 소폭 늘어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8%, 61.8%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기저효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순이익은 이 기간에 11%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