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이날 롯데건설은 경찰의 압수수색도 받았다. 롯데건설이 서울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GS건설이 폭로한 여파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11월10일에도 두 번째로 이어졌다.
더 뼈아픈 대목은 롯데건설이 공사비 9천억 원을 넘는 이 수주를 GS건설에 빼앗겼다는 점이다. 롯데건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롯데건설은 당초 부재자 사전투표에서 앞서자 승리를 자신하고 미리 축하연까지 준비했는데 결국 쓴잔을 마셨다.
게다가 축하연 ‘노쇼(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도 맞았다. 롯데건설이 축하연을 위해 예약했던 300명분의 음식을 취소하자 식당주인이 SNS에 #같은회사에3번째’, ‘#손배소해야할까’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밑반찬 등이 준비된 텅 빈 식당 사진을 올렸다.
하 대표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10월 초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을 따낼 때만 해도 하 대표가 취임 첫해부터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일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공격적 수주로 1조8천억 원이 넘는 일감을 확보했다. 특히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미성크로바 아파트, 신반포13차, 신반포14차, 방배14구역 등 알짜배기 수주를 휩쓸었다.
롯데건설은 상가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옥으로 쓸 정도로 롯데그룹에서 위상이 미약했는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도 최근 롯데건설에 힘을 싣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롯데건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유통사업이 정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화학사업과 건설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롯데건설 직원 수는 2015년 말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 40%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과 GS건설, 현대건설 등 대부분 건설사에서 직원 수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하석주 대표는 신 회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부사장 직급으로 롯데건설 CEO에 오른 점만 봐도 신 회장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만큼 하 대표의 마음은 더욱 다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을 맡은 하 대표 앞에 놓은 과제는 산더미다. 롯데건설 수익성을 회복해야 하고 해외수주를 늘려 ‘국내용 건설사’라는 꼬리표도 떼야 한다. 늦어도 내년 초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도 세워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건설이 한꺼번에 맞이한 악재는 하 대표에게 분명 위기다. 하지만 하 대표가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해 이번 위기를 넘긴다면 롯데건설은 다시 상승세를 탈 수도 있다.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법이다. 하 대표는 어려운 시험대 위에 올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