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른 시일에 애플을 뒤따라 퀄컴에 스마트폰 통신기술 특허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통신반도체를 자체개발해 탑재할 충분한 기술력도 갖췄고 공정거래위원회도 퀄컴에 제재를 내리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만큼 협상에 우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통신반도체 기술력으로 퀄컴과도 관계 끊나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왼쪽)과 김기남 DS부문 사장.


14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주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업체들이 퀄컴에 통신기술 특허사용료 지불을 중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플이 퀄컴의 특허사용료 청구에 이의를 제기하며 올해부터 특허료 지불을 거부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자 경쟁업체들도 뒤를 따를 태세를 보이는 것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한국과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특허사용료 지불을 중단하며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업체로 화웨이가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을 3G와 LTE 등 통신망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모뎀 반도체를 글로벌 제조사 대부분에 공급하며 별도로 통신기술 특허사용료를 받아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올린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퀄컴의 전체 통신비 특허수입에서 약 30%를, 화웨이가 5~10%를 책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로부터 얻는 특허료는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1~3위 스마트폰업체인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가 모두 통신특허료 지급을 중단할 경우 퀄컴의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며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는 자체 통신기술특허를 충분히 확보해 퀄컴에 특허료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며 “한국 공정위도 삼성전자의 편을 들어준 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퀄컴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과도한 통신비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1조 원의 과징금을 내리고 제조사들과 재협상을 요구했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공정위와 퀄컴의 최종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 특허료 지불을 거부해도 글로벌 스마트폰업체와 함께 퀄컴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게 돼 협상에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 완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특허료를 계산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퀄컴에 내야 하는 금액부담이 더 크다.

애플 역시 고가의 아이폰이 주력상품인 만큼 앞장서서 퀄컴에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인텔과 미디어텍 등 경쟁 반도체기업의 기술력이 충분히 높아졌다고 판단해 퀄컴의 통신칩을 공급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 출시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모두 퀄컴의 반도체가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은 그동안 반도체기술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린 성과로 통신칩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탑재할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에게 등을 돌리는 데 어느 정도 자신을 보인 셈이다.

삼성전자도 애플을 뒤따라 퀄컴과 협상에 우위를 갖추려면 우선 통신반도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자체 통신반도체를 개발하며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7월 공개한 신제품은 퀄컴의 최신 모뎀과 같은 CAT18등급의 통신속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 통신반도체 기술력으로 퀄컴과도 관계 끊나

▲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해 탑재하는 엑시노스 통신모뎀 반도체.


하지만 향후 5G통신 보급확대에도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5G 통신모뎀칩 개발에 성공한 반도체기업은 세계에서 아직 퀄컴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칩 원천기술을 확보해 올해부터 고성능 스마트폰에 자체 통신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며 “5G규격 통신칩도 일정에 맞춰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퀄컴 제품 대신 자체 통신칩을 탑재하거나 외부 스마트폰업체도 퀄컴과 거래를 끊고 삼성전자의 통신칩 공급을 원할 경우 반도체사업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퀄컴이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 최대 고객사라는 점을 협상카드로 내밀 수 있기 때문에 위탁생산 기술력을 TSMC 등 경쟁사보다 높여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는 퀄컴에 통신특허료 지불을 중단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과 정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세계 스마트폰업체로 비슷한 흐름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