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기약 못 해, 신동빈 재판에 면세사업도 불투명

▲ 신동빈(가운데) 롯데그룹 회장이 10월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3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징역 10년을 구형받으면서 호텔롯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상장시기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호텔롯데은 이미 상장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언제쯤 상장이 다시 추진될지 기약이 없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당초 신동빈 회장의 재판결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실적회복 등에 따라 상장시기를 정하려 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호텔롯데의 상장시기를 묻는 질문에 “언제든지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신 회장의 재판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장시기조차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10월30일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결심공판에서 예상보다 높은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징역 10년의 구형량으로 볼 때 1심 재판부가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앞으로 한동안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의 상장을 다시 추진해도 호텔롯데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한국거래소는 대표이사가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를 받은 기업에 대해 상장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15년부터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코리아세븐과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차례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지난해 신 회장이 직접 호텔롯데 기업설명회에 참석하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수사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상장을 철회했고 재상장 시기를 두고 저울질을 하던 시기 사드보복이 불거지면서 지금까지 대략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미 적절한 상장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투자은행업계로부터 받고 있다.

호텔롯데가 처음 상장을 추진할 때만 하더라도 호텔롯데는 면세사업 덕분해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중국인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사업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2014년 3조9494억 원이었던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5조4550억 원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호텔롯데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4%에 에 이르렀다.

지난해 7월 중순 상장이 예정됐던 호텔롯데의 적정 기업가치가 12조5천억 원에 이른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사드보복이 본격화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급감했다.

상반기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매출은 2조55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26억 원에서 74억 원으로 96.8% 급감했다. 1분기에 영업이익 372억 원을 낸 점을 볼 때 2분기에는 영업적자 298억 원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한중관계 개선으로 사드보복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호텔롯데가 외부변수에 취약한 수익구조를 그대로 노출한 만큼 예전만큼의 장밋빛 전망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호텔사업에서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외시장 확대에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호텔사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워낙 많고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높아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 호텔롯데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서 문을 연 롯데호텔들은 아직까지 적자를 내는 곳이 대다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혼자 먹여살리던 면세점사업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 예전과 같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이미 오너 리스크로 상장을 미뤘는데 또 다시 상장이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