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면서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어 롯데그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1심 선고는 12월22일 오후 2시에 이뤄진다.
 
롯데그룹, 신동빈 1심에서 실형 선고받을까 노심초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오너일가 경영비리 3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31일 롯데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자 경영진들의 당혹감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쳐왔지만 검찰은 다르게 판단했다.

신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징역 10년은 법리적으로 봤을 때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쉽지 않은 형량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횡령과 배임 등 개인과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 경영공백 등을 이유로 재벌총수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징역 12년을 구형받았고 1심에서 실형 5년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부재에도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내고 있고 주가 역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 재벌기업에서 총수가 법적처벌을 받을 때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뒤 실적 등에 따라 다시 반등한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신동빈 회장과 비슷한 혐의를 받았던 다른 재벌총수들도 구속돼 실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신 회장이 받은 구형량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뒤를 이어 그동안 재판에 넘겨진 재벌총수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형량이다.

김우중 전 회장은 2006년 20조 원대 분식회계와 9조8천억 원대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과 추징금 23조 원을 구형받았다. 1심 재판부는 그 뒤 김 전 회장에게 구형량보다 약간 낮은 징역 10년과 추징금 21조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회장이 고령에 지병 등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법정구속이란 검찰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구속기소됐던 피고인이 선고와 함께 구속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혐의사실을 재판과정에서 부인하거나 새로운 범죄사실이 밝혀질 경우, 법정태도가 불량한 경우에 법정구속된다.

2010년 이후 사례를 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2년 8월 주변의 예상을 깨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김 회장은 앞서 징역 9년과 추징금 1500억 원을 구형받았는데 1심에서는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4개월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풀려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13년 1심 재판에서 구형량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4년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았지만 도주의 우려 등이 없다는 이유로 구속은 피했다.

신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선고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항소한다 하더라도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법정구속이 이뤄질 경우 당분간 총수 공백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롯데지주를 비롯한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는 없다. 상법상 일반회사의 경우 전과가 이사의 자격제한 요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이 길어질수록 신 회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지주사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등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각각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일본에서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곧바로 물러나거나 이사회를 통해 해임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보통 이런 기업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을 1.4%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기반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