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고가 신제품 아이폰X의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주요부품의 품질기준을 낮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식으로 출시한 뒤 품질과 관련한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변화가 아이폰X의 제품 평가에 악영향을 줄 경우 핵심부품인 3D카메라를 공급하는 LG이노텍과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X에 신규부품을 대거 적용하며 공격적으로 추진한 하드웨어 변화가 끊임없이 문제를 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X에 최초로 적용한 올레드패널과 3D카메라, 경연성기판 등의 공급부족과 수율문제로 대량양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지자 판매시기를 기존 9월에서 11월부터로 예정보다 늦췄다.
이동주 KT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X 올레드모듈 수율은 10월부터, 3D카메라는 11월부터 정상화가 예상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며 “출시지연 가능성은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파악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X의 M자 모양 올레드패널 생산과 조립 등 과정에서도 수율개선에 고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완전히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바라봤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애플이 특히 문제가 됐던 3D카메라 부품의 부진한 수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부품업체들에 정확도 등의 품질기준을 낮춰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품질기준이 낮아지면 이전에 기준미달로 판정됐던 부품 일부를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이 25일 컨퍼런스콜에서 3D카메라 생산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애플의 이런 결정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샤프도 애플에 3D카메라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아이폰X의 핵심기능인 얼굴인식의 정확도가 예상보다 떨어질 경우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으며 품질논란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X에 처음으로 지문인식을 제외하고 얼굴인식기능만 탑재하는 승부수를 뒀다. 정확도와 편의성 등에서 모두 본인인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실제 사용환경에서 얼굴인식기능의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은데다 애플이 실제로 3D카메라의 정확도에 대한 기준까지 낮췄다면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애플 아이폰X의 얼굴인식기능은 9월 출시행사에서 처음 시연이 진행될 때도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애플은 재빨리 다른 제품으로 시연을 진행하며 논란 확산을 막았다.
애플은 블룸버그를 통해 “아이폰X 얼굴인식기능의 정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 며 “사용자들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블룸버그는 애플이 무리한 생산확대를 위해 그동안 아이폰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엄격한 품질기준을 포기했다며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X에 최초로 탑재되는 올레드패널 역시 품질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플이 아이폰X 양산 초반부터 올레드의 생산수율 문제로 크게 고전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패널은 디스플레이업체가 공급한 부품을 애플이 각 제품에 맞춰 가공한 뒤 적용한다.
▲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왼쪽)과 권오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는 이미 수년째 올레드패널을 스마트폰에 적용하며 노하우를 쌓았지만 애플은 아이폰X에 처음으로 올레드를 적용하는 만큼 이런 과정에서 불량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올레드패널의 경우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는 ‘번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화면을 끊임없이 조정해주는 등의 특수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하다.
애플이 이를 온전히 확보하고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자전문매체 슬래시기어는 “구글이 픽셀2XL의 올레드패널에서 품질문제를 겪는 점을 볼 때 애플도 아이폰X의 올레드와 관련한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8에 탑재한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결함이 전 세계에서 10건 이상 발견되며 원인 조사에 나섰다. 아이폰X에서도 하드웨어 결함이 발생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공산이 크다.
애플이 아이폰X에 처음 적용한 3D카메라와 올레드패널에서 계속 문제를 겪을 경우 차기작에 탑재를 중단하거나 비중을 줄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부품공급사인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플이 겪는 문제들이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이폰X의 양산과 품질저하의 원인이 될 경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부품업체들에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부품문제가 아이폰 신제품 흥행에 실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스마트폰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이 볼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