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장기적으로 실적부진의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LCD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는 데 반해 올레드패널 비중을 확대하는 속도는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레드패널이 전체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가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실적방어를 위해 LCD사업전략에 더욱 머리끈을 동여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2일 “앞으로 적어도 2년 동안 글로벌 LCD업황은 좋아질 수 없다”며 “LG디스플레이의 LCD사업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파악했다.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전체매출에서 대형과 중소형 올레드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7%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고 내년까지 영업손실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실적을 LCD패널에 모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TV 수요감소와 LCD패널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악화가 본격화하며 LG디스플레이가 갈수록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는 셈이다.
이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를 의미있는 사업으로 자리잡으려면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중소형 올레드는 불확실성이 커 오히려 실적과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상범 부회장이 최근 LCD패널에 시설투자를 완전히 중단하고 올레드패널에 20조 원 가까운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LCD에 생산투자를 벌이지 않을 경우 원가경쟁력이 떨어져 중국 경쟁업체들에 시장지배력을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LCD시장의 패권이 이미 중국업체들로 완전히 넘어가며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의 수익에 큰 폭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영업이익은 약 1조2천억 원으로 올해 추정치인 3조3천억 원에서 62% 가깝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사업 성공가능성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올레드TV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애플 등 주요고객사와 중소형 올레드패널 공급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올레드의 실적비중과 성장속도를 볼 때 계획된 시설투자가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는 LCD에서 최대한 효과적인 방어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사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실적악화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LG디스플레이의 LCD 실적방어를 위해 한 부회장이 지금과 같이 기술력을 앞세운 고품질 고가패널의 차별화요소를 더 강화하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LG디스플레이의 고화질 LCD패널을 적용한 IT기기. |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LCD패널의 출하량이나 고객사를 늘리기는 어려운 반면 중국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LG디스플레이의 기술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상언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대형과 고해상도 패널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공고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며 “글로벌 제조사들이 LG디스플레이의 LCD패널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패널 기술력에서 LG디스플레이의 경쟁자로 꼽혔지만 최근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공급확대가 더 다급해지며 LCD 생산시설을 올레드 중심으로 계속 전환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상언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LCD사업이 장기적으로는 청산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당장 LCD 실적을 방어하는 것과 올레드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계속 남아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LCD패널에 신규 생산라인 등의 투자를 벌이지 않더라도 고부가패널 생산을 위한 구조변경 등을 진행할 수 있다”며 “고객사에 고가패널 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