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내정자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방산사업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놓고 방산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방산사업의 이해도가 낮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당면한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지만 감사원에 오랜 기간 몸담은 경력을 바탕으로 경영쇄신을 벌이는 데 적합한 인사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 적임자인가

11일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5일 오전 9시에 경상남도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 내정자를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새 대표 김조원을 보는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

▲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새 대표이사 내정자.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3분의 1 넘게 보유하고 있고 하성용 전 사장의 사임으로 생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영공백을 시급히 메워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내정자의 대표 선임이 임시주총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 내정자가 방산업계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내정자는 22살인 1978년 행정고시 22회에 합격해 감사원에서 25년 동안 일한 정통관료 출신이다.참여정부 때는 약 1년10개월가량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고 이후 감사원 사무총장도 맡았다.

김 내정자가 사실상 방산사업을 다뤄본 적이 없어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영을 잘 이끌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벌이는 사업의 특성상 항공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데 김 내정자가 방산사업을 다뤄본 적이 없어 업무파악에 많은 시간을 쏟다가 중요한 사업을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12월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사업) 수주 여부가 결정된다. 이 사업은 초기 사업비만 해도 17조 원이고 후속물량과 제3국 수출물량까지 합하면 총 사업비가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해외사업본부장을 맡아 이 사업을 주도했던 김인식 부사장의 자살로 사업추진 동력이 다소 약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김 내정자의 이력을 살펴볼 때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말이 나온다.

개발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 문제도 김 내정자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감사원이 7월에 수리온의 성능이 미흡한데도 불구하고 전력화 됐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현재 수리온을 군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수리온 수출협상도 사실상 중단됐다.

김 내정자가 ‘부실헬기’로 낙인찍힌 수리온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선 수리온의 비행안전성과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하는데 항공산업 비전문가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 내부에서는 환영

하지만 방산업계 비전문가라는 점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반론도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본격화한 뒤 온갖 비리의혹에 휩싸여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새 대표 김조원을 보는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

▲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이런 상황에서 김 내정자가 감사원 사무총장까지 역임했기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둘러싼 비리의혹을 걷어내는 데 가장 알맞은 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사 이후 분식회계와 원가조작 등의 혐의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비리조직으로 오해받다 보니 이를 해결할 적임자로 김 전 사무총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가 2013년부터 건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맡으면서 회계학을 강의했던 점도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놓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하 전 사장의 재임 시절에 5천억 원대의 분식회계가 저질러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회계 전문가라는 장점을 이용해 분식회계 의혹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도맡을 공산이 크다.

김 내정자는 10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적법한 회계처리는 한국항공우주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모든 대기업의 문제”라며 “회계가 전공인 만큼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왜곡된 정보는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내부에서도 김 내정자의 선임을 적합한 인사라고 바라본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당면한 과제들을 살펴볼 때 해외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며 “관료출신인 김 내정자가 정부와 맺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사업에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출범한 1999년 이후 항공·방산업계 전문가로서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을 이끈 사장은 2대 사장인 길형보 전 육군 참모총장과 5대 사장인 하성용 전 사장 2명뿐이다.

초대 사장인 임인택 전 사장은 제35대 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3대 사장인 정해주 전 사장과 4대 사장인 김홍경 전 사장도 각각 통산산업부 장관과 산업자원부 차관보 등을 역임한 관료출신이다.

방산사업을 추진하는 데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김 내정자가 어수선한 한국항공우주산업 분위기를 다잡고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데 탄력을 줄 것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