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연말까지 온라인사업과 관련해 ‘깜짝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는데 11번가 인수를 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마존과 협업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11번가를 놓고 SK플래닛과 다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를 두고 신세계그룹 관계자와 SK플래닛 관계자 모두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한차례 협상이 결렬됐던 만큼 양쪽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SK플래닛은 롯데그룹과 여러 달에 걸쳐 11번가 지분투자를 놓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SK플래닛은 롯데그룹과 협상을 시작하기 전 신세계그룹과도 지분투자를 두고 논의했으나 경영권을 누가 쥐는지를 놓고 이견을 보여 합의를 보지 못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모두 11번가의 경영권을 원했던 반면 SK플래닛은 전략적 제휴나 단순 지분투자를 바랐기 때문이다.
두 그룹과 협상이 물 건너가자 SK플래닛의 최대주주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까지 나서 “11번가를 매각하지 않겠다”며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신세계그룹과 SK그룹의 접촉이 이뤄졌고 협상도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그룹 내 온라인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해 ‘SSG닷컴’을 출범했다. 롯데그룹이나 현대백화점그룹 등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선 행보였지만 여전히 거래규모는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의 연간 거래액은 현재 2조 원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의 14조 원, 11번가의 7조 원과 비교하면 규모가 매우 작다.
시장 안착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4년 통합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야 영업이익 10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겨우 성공했다.
유통업계의 중심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이 어떤 방식으로든 온라인사업을 단번에 확대할 만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오프라인에서 강자이긴 하지만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사업노하우와 인프라 등이 상당부분 다르다”며 “이미 이커머스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11번가를 인수하는 편이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8월 스타필드고양 개장식에서 “온라인사업 강화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많다”며 “올해 안에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과 아마존의 협업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은 9월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이커머스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준모 아마존 글로벌셀링 한국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업정책상 국내시장 진출계획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다양한 시장에서 적극적 확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185개국에서 3억 명 이상의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온라인쇼핑업체다. 현재 세계 11개 국가에서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154조 원에 이른다.
아마존의 한국진출 가능성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아마존 한국지사가 7월 직원 채용에 나서면서 아마존의 한국진출설이 더욱 힘을 얻었다.
아마존이 국내 금융사와 함께 전자지급결제대행(PG) 합작사를 설립한 뒤 이를 국내 이커머스기업과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