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이 모바일프로세서(AP)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앞으로 펼쳐질 경쟁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LG전자는 반도체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하고 퀄컴 등 외부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인공지능 스마트폰의 유행에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일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주요 경쟁업체들을 뒤따라 스마트폰용 인공지능 AP 개발을 본격화하고 수년 안에 완전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이 최근 공개한 신제품 ‘아이폰8’과 ‘아이폰X’에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탑재한 것을 계기로 스마트폰 기술경쟁의 중심에 반도체 개발능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국 화웨이도 하반기 신제품 ‘메이트10’에 직접 설계한 인공지능 AP를 탑재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상위 3개 스마트폰업체가 모두 자체 인공지능 AP를 무기로 앞세우는 셈이다.
애플과 화웨이의 인공지능 AP는 스마트폰의 구동을 효율화해 스마트폰의 성능을 높이고 전력소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카메라 성능을 개선하거나 사진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등 이미지를 처리하는 분야에도 활용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인공지능기술이 스마트폰에 적용됐을 때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우위를 증명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전문매체 TNW는 “내년에 출시되는 주요 스마트폰은 대부분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업체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업체들에 밀려 점유율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시장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보이는 상위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AP 설계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갈수록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의 시장변화에도 자체적으로 경쟁업체들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과거 자체개발한 AP ‘뉴클런’ 시리즈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며 상용화한 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다.
애플 등 상위업체의 주도로 인공지능 AP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을 경우 세계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경쟁에 대응할 전략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시장변화에서 이전부터 LG전자와 스마트폰사업에서 깊은 협력관계를 강조하던 AP 전문기업 퀄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 애플의 인공지능반도체 'A11바이오닉'(왼쪽)과 화웨이 '기린970'. |
퀄컴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AP를 설계해 공급했지만 실제로 거의 상용화하지 못했다. 온전히 기술을 구현하려면 제조사와 개발단계부터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AP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려면 양쪽이 모두 제품 개발단계부터 매우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신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퀄컴도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주요고객사들이 자체 AP 개발에 속도를 내며 불안한 입장에 놓이고 있어 전략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입장이다. 이런 배경에서 LG전자와 인공지능 스마트폰 개발에 협력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퀄컴이 최근 자동차반도체 등 스마트폰 이외 분야에 무게중심을 두는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어 스마트폰용 AP에 역량을 크게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LG전자는 전용 AP를 활용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기술발전을 이뤄낼 경우 경쟁에 대응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