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모습. <뉴시스> |
정부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방안으로 꼽혔던 8·2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내놔 부동산시장을 더 규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금융규제로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세를 막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추석연휴가 끝난 뒤인 10월 중순에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내놓는다.
정부는 애초 8월 말에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8·2부동산대책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살펴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의 시기와 강도를 설정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발표시기가 뒤로 밀렸다.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에는 기존보다 대출기준을 까다롭게 하는 새 총부채상환비율(신DTI)뿐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포함될 공산이 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DTI와 동일하지만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DTI보다 센 규제로 평가받는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조짐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의 강도가 더욱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8일 기준으로 직전 주보다 0.05% 올랐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집값 상승률이 0.01~0.03%에서 안정되고 있었지만 상승률이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를 살펴봐도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최소 수천만 원에서 높게는 1억~2억 원씩 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금융규제를 한 번에 너무 높은 수준으로 조이면 가계뿐 아니라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클 것으로 보고 적절한 수준에서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6·29부동산대책과 8·2부동산대책 등 잇달은 대책에도 약효가 제대로 들지 않으면서 시장의 예상보다 더욱 센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과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만큼 부동산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정책적 의지를 다시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으로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현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 기회만 박탈하고 금융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일부 자산가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가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버리는 8·2부동산대책을 내놓자 대출가능금액이 크게 줄어든 실수요자들로부터 “돈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보다 더 직접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보유세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보유세를 적게 매기면 토지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경제적 강자가 되고 불평등이 커진다”며 “소득세 등은 과하지 않게 물려 '부자가 되기는 쉽게' 하되 보유세 등 불로소득에 붙는 세금은 높여서 ‘부자로 남기는 어렵게’ 하는 것이 좋은 조세 제도”라고 보유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중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는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지적시장의 과열에 대응하기 어렵고 실현된 이익이 아닌 보유에 대한 과세라는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밝힌 만큼 보유세 인상이 당장 추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