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리더십 한계, '안초딩'과 '스트롱맨' 사이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앞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안초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불편하겠지만 언젠가부터 그에게 이런 별명이 따라다닌다.

대선후보로 TV토론에 나와 했던 발언의 영향이 컸다. “내가 MB 아바타입니까? 문 후보님 말씀 해보십시오”라고 따져묻는 그의 발성과 목소리 톤까지 패러디가 됐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안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당 대표로 복귀한 뒤 연일 ‘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은 또 한 명의 스트롱맨이 탄생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놓고 안 대표의 기가 더욱 살아난 모양새다. “국민의당이 대한민국 사법부를 위해 큰 길을 열었다”고 자화자찬을 하더니 22일 국민의당 행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급할 때 읍소말고 행동으로 협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후보 인준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당은 당론을 밝히지 않았다. 안 대표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는 "의원들이 잘 알아서 표결할 일”이라면서도 분위기를 부결 쪽으로 몰아가는 뉘앙스를 풍겼다.

김명수 후보 인준안 가결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얻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안 후보의 리더십은 물론 국민의당의 정체성에 더욱 더 회의가 들게 한 것도 사실이다.

김명수 후보의 경우 다른 문제가 아닌 ‘이념적 편향성’ 논란으로 낙마 문턱까지 몰렸다. 안 대표가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국민의당은 물론 그 스스로가 이념적 정체성을 갖고 있지 못했거나 국민 앞에 감추기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준다.

안 대표는 다당제가 세계적 추세라며 국민의당의 ‘존재의 이유’를 강조한다. 하지만 다당제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로서 기능할 때 의미가 있다. 사안을 놓고 어떤 입장을 보일지 밝히기는커녕 예측조차 불가능하게 하는 정당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것일 따름이다.

여당 대표가 ‘땡깡’ 발언을 했다고 해서 어깃장을 놓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하자 찬성으로 돌아서는 듯한 정치적 행보는 안 대표에게 여전히 ‘초딩스럽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박지원 전 대표가 ‘김명수 찬성’을 먼저 선언했으면 ‘선도정당’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앞으로도 사사건건 이런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정당지지율 5% 안팎의 국민의당이 결과적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아이러니 말이다.

안 대표는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낼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성숙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 한 그의 바람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