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기업은 모든 CEO의 꿈이다. 1위 기업으로 가는 길도 여럿인데 CEO는 그 선택을 놓고 고심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흔히 인수합병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러나 SK텔레콤을 맡고 난 뒤에는 인수합병보다는 기술개발과 협력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박정호의 SK텔레콤 성장전략, "1등을 향해 1등과 손잡는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동통신시장이 정체돼 있고 통신융합이 활발한 상황에서 인수합병으로는 신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에 연구개발에 9536억 원을 썼다. 지난해보다 38.2% 늘어나 국내 이동통신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박정호 사장은 올해 1월 “향후 3년 동안 11조 원을 투자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5G 등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당장 인수합병 보다는 새 사업들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만큼 애초 계획한 금액보다 더 많은 투자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1조 원은 시 신사업들의 중요도를 따져서 산출된 것”이라며 “향후 사업 중요도가 변함에 따라 투자금액도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투자의 결과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해외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계속 수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세계 3위 이동통신사인 인도 바르티에어텔의 수닐 바르티 미탈 회장과 최근 만나 통신망 운영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을 통신망에 적용하는 기술을 바르티에어텔에 수출한다. 계약규모는 1천억 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네트워크 기술력 수출은 현지환경에 맞춘 네트워크기술 확보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네트워크기술 수출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신사업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에는 중국 충칭에서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로라’의 기술을 수출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2019년까지 로라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가스미터기를 충칭가스에 공급한다.

박 사장은 다른 기업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기업용 IT솔루션업체 더존비즈온과 함께 사물인터넷 및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업업무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협력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의 90%를 발급하는 이지스엔터프라이즈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관리비 고지서비스 공동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해 오픈마켓 ‘11번가’의 경쟁력도 높일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11번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원하고 있어 50 대 50의 지분구조를 가진 새로운 형태의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협력도 그 못지 않게 중시한다.

SKC&C 대표였던 지난해 IBM와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의 국내 클라우드 유통 협력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홍하이그룹과 함께 물류합자법인인 FSK L&S를 설립하는 등 협력관계 확대로 성과를 냈다.

SK텔레콤 사장에 오른 올해 1월에는 ‘CES 2017’에서 “(SK텔레콤이) 기술격차로 세계 1등을 못하고 있다면 SKC&C와 IBM의 왓슨 협력처럼 1등 회사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먼저 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