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시추업황 회복시점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시추업황이 머잖아 회복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시추설비 인도지연 리스크에서 곧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시추설비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업황회복을 내다보기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시추설비 인도 불안 언제 벗어날까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8일 “스테나가 발주를 취소했던 반잠수식시추설비를 놓고 현재 노르웨이 선사 아케르그룹과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협상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매각규모나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아케르그룹과 매매를 논의하고 있는 반잠수식시추설비는 스웨덴 선주인 스테나가 2013년 발주했던 것인데 잦은 설계변경 등 때문에 공정이 지연되다 결국 발주가 취소됐다.

스테나의 반잠수식시추설비는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공정이 98% 진행됐다. 

삼성중공업이 아케르그룹과 발주가 취소된 시추설비 매각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놓고 시추업황 회복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케르그룹이 시추시장에서 발을 뺐다가 재진입하는 시점이 대단할 정도로 정확하다”며 “아케르그룹이 시추업황의 회복을 내다본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케르그룹은 2011년 시추시장의 업황이 최고정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시추설비를 척당 21억5천만 달러에 매각했는데 그 뒤 시추시장 업황은 꾸준히 악화돼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할 위기에 몰렸다. 아케르그룹이 이런 업황악화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내다봐 2018년부터 시추사업을 재개하려는 것이다. 

아케르그룹이 내다보는 것처럼 시추시장이 빨리 회복되면 발주처의 경영사정도 나아지면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시추설비를 조금 늦더라도 제값에 인도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시추설비 수주잔량은 7월 말 기준으로 7척, 삼성중공업은 8월 말 기준으로 8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시드릴, 오션리그, 퍼시픽드릴링 등으로부터 수주한 것이다.

시드릴과 오션리그는 각각 올해 9월과 3월에 미국법원에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조치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퍼시픽드릴링도 매출이 급감하고 대규모 순손실을 보며 주가가 급락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쫓겨나 장외시장으로 옮겨지면서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시추설비 인도 불안 언제 벗어날까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이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에 경영난을 이유로 시추설비의 인도시점을 계속 미루고 있다.

하지만 시추업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발주처가 파산하거나 결국 계약을 취소하면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기껏 만들어놓은 시추설비를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할 수도 있다. 

보르드릴링과 노던드릴링은 중고시추설비나 계약이 취소된 시추설비를 사들이고 있는데 이들은 앞으로 시추설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보르드릴링과 노던드릴링은 업황악화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시추설비를 사서 경쟁사보다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전략을 펴려고 한다. 

노르웨이의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에 따르면 아케르그룹은 삼성중공업이 척당 8억 달러에 주문받은 시추설비를 4억5천만 달러 정도에 사려고 한다. 시추설비 가격이 과거의 절반 정도에 형성된 셈인데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