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8 출시로 스마트폰 100만 원 시대가 열렸다.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통신비인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단말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통신료가 줄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7일 삼성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의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갤럭시노트8 64GB모델의 출고가는 109만450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스마트폰 가격이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은 것이다. 전작인 갤럭시노트7의 출고가는 98만8900원(64GB모델 기준)이었다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신비인하 정책은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올라가지만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가 함께 청구되는 현재의 요금체계에서 소비자들은 통신비인하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예를 들어 6만 원짜리 요금제를 쓴다고 가정하면 할인율이 5%포인트 올라 2년 동안 소비자가 아끼게 되는 금액은 7만2천 원이 된다. 그러나 단말기가격은 10만 원 이상 올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통신비는 오히려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분리공시제란 통신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할 때 통신사 지원금과 휴대폰 제조사 지원금을 각각 분리해서 공개하는 것이다. 휴대폰 제조사의 지원금을 투명하게 해 스마트폰 출고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리공시제가 도입될 경우 리베이트 중심에서 가격경쟁 위주로 스마트폰 유통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각 모델별 실제 스마트폰 판매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노출돼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이는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과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내년 상반기에 개정해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8월25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는데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6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는데 이통사들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분리공시제가 실제 도입될 가능성은 높다.
이해당사자들이 분리공시제 도입을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분리공시제에 찬성하고 있고 이통3사도 분리공시제가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분리공시제에 찬성하지 않지만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려면 단통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상황도 나쁘지 않다.
현재 분리공시제를 담은 단통법 개정안은 국회에 6건이 계류돼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여야 모두가 분리공시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분리공시제가 도입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판매 비중의 10%도 안 되는 국내시장을 위해 보조금을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분리공시제를 도입해도 스마트폰 가격인하 효과는 사실상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