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노트8에서 최초로 선보인 듀얼카메라모듈을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확대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밀려 성능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5일 “갤럭시노트8에 이은 삼성전자의 두번째 듀얼카메라 스마트폰은 가격부담이 크게 낮아졌다”며 “카메라성능이 매우 인상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태국 등 일부국가에서 새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J7플러스’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기존 갤럭시J7과 유사한 디자인이 적용됐고 가격은 약 44만 원으로 책정됐다.
갤럭시J7플러스는 1300만 화소 저조도카메라와 500만 화소로 이뤄진 듀얼카메라모듈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8에 최초로 탑재한 듀얼카메라와 성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중국 전용모델인 갤럭시C8프로 역시 같은 사양의 듀얼카메라를 탑재하고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이 제품에는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 일부 기능도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J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중국과 동남아,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세운 중저가 라인업으로 그동안 갤럭시노트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큰 폭의 성능격차를 보였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고사양부품을 적용할 경우 고가제품의 수요를 잠식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갤럭시노트8의 핵심기능을 하위제품에도 곧바로 적용한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확대에 공격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자전문매체 포켓나우는 “삼성전자는 듀얼카메라 스마트폰의 시장진출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들여 유행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카메라모듈 주요공급사인 삼성전기는 듀얼카메라 관련기술을 지난해부터 확보하고 삼성전자보다 화웨이와 오포, 비보 등 중국고객사들에 먼저 부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원가절감 노력을 이어오는 가운데 듀얼카메라 관련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아 본격적인 탑재확대가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듀얼카메라를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제품에 먼저 적용할 경우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듀얼카메라 적용모델의 출시확대가 미뤄진 배경으로 분석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노트8 출시 간담회에서 “소비자들에 의미있는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 듀얼카메라 도입이 다소 늦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앞으로 듀얼카메라를 포함해 방수기능과 지문인식, 모바일결제와 빅스비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던 기능을 중저가 라인업까지 적극 확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의 성능 상향평준화에 대응이 늦어지며 판매량과 실적, 점유율에 모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 듀얼카메라를 적용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왼쪽)과 중저가 갤럭시J7플러스. |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상반기에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감소하며 무선사업부가 다소 부진했다”며 “하반기에는 갤럭시J시리즈 등의 흥행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중저가 스마트폰의 비중이 절대적인 중국과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이 중국업체에 밀려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CMR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샤오미의 거센 추격으로 올해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6년만에 점유율 1위를 내줄 위기에 놓였다. 최근 들어 중국 시장점유율도 7~8위권으로 밀렸다.
CMR은 “삼성전자는 해마다 10개 이상의 스마트폰 신모델을 출시해 중국업체들보다 불리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차별화에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듀얼카메라 탑재 신제품과 같이 중저가 라인업에서도 차별화경쟁력을 갖춘 흥행작을 만들어낸다면 수익개선과 점유율 반등에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