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로 손꼽히는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 ‘4차산업혁명은 없다’(살림)란 다소 도전적인 제목의 새 책을 펴냈다.
4차산업혁명은 2016년 이른바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안된 뒤 본격적으로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 출판시장에서도 관련 도서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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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
저자는 4차산업혁명이 국가적 화두로 급부상했지만 과연 현재 우리사회에서 적용 가능한 개념인지를 천착하고 있다.
다양한 미래기술이 기업현장에서 연구되고 있고 빠르게 실현되고 있는데도 공론의 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 소장은 1945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금성반도체 최연소 부장으로 승진했고 서른일곱 살이 되던 해에 대성산업 상무이사를 지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과학칼럼니스트로 이력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겸직교수를 역임했다.
과학과 인문의 융합을 주제로 수많은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등 수십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 ‘2017~2035 세계기술 전망’을 통해 세계 유수 연구기관에서 발간한 미래기술 보고서 8편을 소개했다. 소문은 자자한데 실체는 어렴풋하기 짝이 없는 4차산업혁명의 개념과 현주소, 전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2부는 저자가 ‘이인식 과학칼럼’으로 그동안 신문에 기고했던 칼럼 52편을 모은 것이다. 인공지능은 물론 뇌연구 프로젝트, 청색기술혁명, 지속가능한 발전, 포스트휴먼 등 과학기술과 인문을 망라한 주제적 접근이 돋보이는 칼럼을 일목요연하게 읽어볼 수 있다.
먼 미래의 핵심기술은 3부에서 다뤘다. 저자가 꼽는 21세기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나노기술, 로봇공학, 사이보그, 인체 냉동보존술 등 4가지다.
독특한 것은 3부는 책속의 책으로 관련 주제에 대한 간략한 설명글과 함께 주제별 최신 저작들을 소개한 점이다. 빠르게 일별할 수도 있지만 좀더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일종의 북가이드가 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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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산업혁명은 없다'(살림). |
책에서 저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현상파괴적’ 기술이라고 명명한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가져올 변화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국가나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다.
미래사회를 놓고 전망은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소비패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정도는 이미 눈앞으로 닥친 현실이어서 당혹감을 주기에도 충분하다.
혁신가 또는 기업가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는 밝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가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으며 파괴적 혁신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맥킨지세계연구소의 보고서 ‘현상파괴적 기술’을 참고해 12가지 현상파괴적 기술을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기술이 거의 모든 전략의 성공요인인 만큼 최고경영자는 무엇보다 먼저 기술지식의 습득에 투자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다.”
참고로 12가지 현상파괴적 핵심기술을 열거해보면 모바일인터넷, 지식노동의 자동화, 만물인터넷, 클라우드기술, 첨단 로봇공학, 차세대 유전체학, 자율 및 거의 자율적인 이동수단, 에너지 저장, 3차원 인쇄, 첨단소재, 유전과 가스의 첨단 채굴 및 회수, 재생에너지 등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