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화려한 인맥, 삼성전자에 힘이 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응웬 푸 쫑(Nguyen Phu Trong) 베트남 당 서기장이 지난 1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투자승인서 전달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일 삼성을 대표해 글로벌 인사를 만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처해 있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글로벌 인맥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입을 모은다.

또 외신들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어려움에 처한 삼성전자의 활로모색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 주목받는 이재용의 글로벌 인맥

2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다음달 중순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다. 내달 방한하는 세계 1위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수장인 쿠르드 복 회장도 이 부회장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부회장은 글로벌기업 CEO들과 잇달아 만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인천항에 입항한 ‘더 월드’ 크루즈에서 호주 최대 갑부이자 여성부자인 지나 라인하트 핸콕프로스펙팅 회장과 회동했다. 5일 뒤인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세계적 전기전자기업 지멘스의 조 케저 회장과 만찬을 같이 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미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이나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이는 미국이 삼성그룹의 주력인 전자와 IT산업의 메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과 지난달 23일 각각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국내에서 만났다. 이 부회장은 두 사람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초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래리 페이지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와 만났다.

이 부회장의 아시아 인맥도 화려하다.

이 부회장이 중국 서열 1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분을 쌓고 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를 지냈던 2005년부터 교류했다. 이 부회장과 시 주석의 인연은 10년이나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시 주석이 방한했을 때도 직접 영접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재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시 주석의 서울대 강연에 초청받기도 했다.

삼성그룹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확대하면서 최근 베트남 정계인사들과 인맥을 넓혀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최고 지도자 응웬 푸 쫑 당 서기장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났다. 이 만남에서 이 부회장은 쫑 서기장으로부터 삼성전자 베트남 가전공장 투자승인서를 전달받고 협력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재용의 화려한 인맥, 삼성전자에 힘이 될까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012년 2월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의 글로벌 인맥, 이건희가 준비했나


이 부회장이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구축하게 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덕분이라고 재계인사들은 본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는 동안 이건희 회장은 이 부회장이 글로벌 인맥을 구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참가한 굵직굵직한 행사나 해외 유력 CEO들과 회동에 꾸준히 자리를 함께 했다.

이건희 회장은 2012년 9월 아시아 최대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과 홍콩에서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이 배석하도록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2년 10월 멕시코 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과 만난 것도 이건희 회장 배려 덕분이다.

슬림 회장은 그해 4월 멕시코 주요 경제인들과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건희 회장이 이들을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 이 부회장도 참석했고 이 만남을 계기로 6개월 뒤 이 부회장과 슬림 회장의 면담이 성사됐다.

이건희 회장은 이 부회장의 유럽 인맥 만들기에도 힘을 보탰다.

이건희 회장은 2012년 5월 유럽 출장길에 올랐는데 이재용 부회장을 데리고 갔다. 이 부회장은 당시 출장에서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또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지주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글로벌 주요 경영인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이 부회장을 대동했다”며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에서 해외 유력인사를 만나는 일을 도맡아했지만 단지 언론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 이재용의 인맥, 삼성그룹에 큰 힘 될까

주요 외신들은 이 부회장이 쌓은 풍부한 인맥과 글로벌 경험이 어려움에 처한 삼성전자의 탈출구를 찾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건희 회장 시절과 달리 지금은 기업간 협업이 필수요소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7일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황제경영 스타일로 유명한 아버지와 달리 겸손하고 온화한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며 “그의 절제된 성격이 지금 삼성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 앞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유능하지만 변덕스러운 인재들을 영입해야 하고 파트너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의 성향이 삼성그룹에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8월27일 기사에서 “겸손함과 열린 사고, 글로벌 IT분야에서 두터운 인맥 등이 이 부회장이 지닌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이 부회장의 국제적 감각을 높이 샀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핵심 부품 공급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부회장이 직접 스티브 잡스와 만나 협상을 벌인 덕분”이라며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임원 중 유일하게 잡스의 장례식에 초대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이런 장점만으로 이재용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인맥이 장점이지만 이 장점을 통해 삼성전자의 실적을 만들어 낼 때 리더십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