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렌탈과 제조사업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국내 소매유통에서 백화점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 실적부진 장기화, 정지선 성장동력 발굴에 온힘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0일 "현대백화점은 제한된 시장에서 출점경쟁이 이어지면서 실적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은 2분기에 기존점 부진과 리뉴얼 비용이 겹치면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영업이익은 11.3% 줄었다. 의류 등 마진이 높은 상품군의 매출이 줄어 내년 실적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당장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는데다 백화점업계 자체도 전망이 밝지 않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산업의 경우 소비수요가 점점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 소비회복이 진행돼도 개선이 더딜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백화점은 2011년부터 5년째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분주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최근 렌탈사업에 부쩍 힘을 싣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렌탈시장 규모는 2012년 10조 원에서 지난해 25조9천억 원으로 커졌다.

현대홈쇼핑은 상반기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렌탈케어에 400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렌탈케어는 현대홈쇼핑이 2015년 600억 원을 출자해 설립했는데 2년 새 1천억 원을 투입한 셈이다.

조달된 400억 원 가운데 150억 원은 현대렌탈케어의 서비스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들어갔다. 지난해 현대렌탈케어 매출이 100억 원, 영업적자가 210억 원이었는데 연간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당장의 성과보다 서비스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렌탈사업은 투자비용이 많이들 뿐더러 계약기간에 따라 금액을 다달이 나눠서 받기 때문에 사업초기에 수익이 나기 힘들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렌탈케어 상품은 현대홈쇼핑에서도 자주 내보내고 현대백화점 온라인몰인 H몰에도 항상 노출하고 있다”며 “백화점도 안하는 공중파 광고를 하고 있을 정도로 그룹차원에서 신경을 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주력사업인 유통을 벗어나 다른 사업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현대백화점 실적부진 장기화, 정지선 성장동력 발굴에 온힘  
▲ 현대렌탈케어의 생활가전 브랜드 '현대큐밍'이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10일 문을 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은 소비자들의 평판에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라며 “최근 골목상권 침해문제 등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만큼 현대백화점그룹도 내부에서 사업다각화에 고민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정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동시에 지분을 들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본업은 급식사업이지만 최근 몇년간 LED조명 생산업체인 현대LED(구 반디라이트), 중장비 제조업체 에버다임 등 범현대가와 시너지를 볼 수 있는 기업 위주로 합병을 해왔다.

특히 에버다임이 기대를 받고 있다. 에버다임은 2015년 현대그린푸드가 사들였는데 타워크레인과 소방차량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상반기에 베트남 소방국과 231억원 규모의 소방차·구조차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