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찬성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더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 8·2 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시장 혼조세
10일 부동산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가 2일 내놓은 8·2부동산대책이 시장에서 일정부분 효과를 내고 있으나 아직 시장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퍼져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와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세종시 집값은 7월 첫째주부터 주마다 0.12%~0.27% 올라 한 달 만에 0.7% 넘게 올랐는데 8·2 부동산대책이 나오자마자 집값이 급격히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를 살펴봐도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시 중촌동 가재7단지 중흥S클래스센텀파크1차의 경우 전용면적 106.76㎡, 26층 아파트가 최근 4억8천만 원에 팔렸다. 7월 초와 비교해 가격변동이 없었다.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21단지 에듀포레의 경우 18층에 위치한 전용면적 84.98㎡ 가구가 최근 3억5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층수,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7월 중순에 3억2700만 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6.7%나 내렸다.
하지만 서울권 아파트의 경우 가격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아직 종잡을 수 없어 보인다.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아파트에 대해 전세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것)가 성행한 성북구의 경우 다주택자들이 8·2부동산대책 발표 뒤 매물을 대거 내놓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다.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다주택자들이 싼 가격에 집을 내놓을 의향이 없어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집을 가려는 사람들의 문의만 종종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중개인은 “8·2부동산대책에 내년 4월 이후에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더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집을 팔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기간만 버티면 나중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장기간 보유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다주택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8·2부동산대책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호가가 상승하거나 청약률이 치솟는 등 ‘풍선효과’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8·2부동산대책만으로는 집값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김현미, 부동산 보유세 인상 카드 꺼낼 수도
문재인 정부는 투기세력이 부동산시장에 끼어들 수 없도록 시장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취임 100일도 안돼 연달아 두 번이나 여러 규제방안이 포함된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발표된 6·19부동산대책에서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조였다. 8·2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가 주택을 거래할 때 내는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
|
|
▲ 리얼미터가 조사한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7.6%가 보유세 인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러나 이 두 대책이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뿐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 인터뷰에서 “(8·2 부동산대책에) 크게 보면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보유세 강화가 빠졌다는 면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겠다고 예고한 것은 좋지만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보유세를 강화해서 주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줘야 팔 생각을 한다고 본다. 보유세 강화가 없어 부담이 없는데 무엇을 팔겠느냐. (참여정부 때 그랬듯이) 다주택자들은 정권 바뀌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교통부는 9월경에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분양가상한제 지정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로도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아파트를 맨 처음 분양할 때만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격이 책정될 뿐 입주가 완료된 뒤 개인끼리 주택을 사고 팔 때는 이 제도의 적용에서 벗어나 집값이 크게 뛰는 것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은 주택시장의 흐름을 살펴본 뒤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김 장관은 2일 JTBC뉴스룸에 출연해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인상하라는 요구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8·2부동산대책을 시행한 뒤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유세 인상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점은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8%가 8·2 부동산대책의 효과와 상관없이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동산대책의 효과가 없을 경우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25.8%를 차지해 보유세 인상에 찬성하는 의견이 전체의 67.6%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