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해외 면세점사업이 자칫 각국 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정책에 부딪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은 국내 면세점시장의 불확실성과 경쟁심화를 피해 최근 5년 동안 경쟁적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힘을 쏟아왔다.
◆ 공항면세점 사업권 만료되면 재입찰 부담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면세점이 자카르타공항점 사업권 수성에 실패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각국 정부가 자국기업을 보호하려 할 경우 재입찰에서 줄줄이 탈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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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
롯데면세점은 해외에서 모두 7곳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제 6곳으로 줄었다. 롯데면세점이 놓친 사업권은 현지기업에게 돌아갔다.
공항면세점의 경우 일정기간마다 경쟁입찰이 이뤄지는 만큼 재입찰에서 성공해야 사업권을 지킬 수 있다. 시한부 사업권인 셈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해외에서 각각 3곳의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괌공항점과 간사이공항점 모두 2014년에 문을 열어 2020년에 사업권이 만료된다.
신라면세점 마카오공항점은 2014년 11월 영업을 시작해 5년 동안 사업을 할 수 있다. 올해 12월 개장을 앞두고 있는 홍콩 첵랍콕공항면세점 사업권은 2024년 9월 만료되나 1년 연장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창이공항면세점은 2014년 10월에 개장해 2020년 9월까지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2015년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순위 각각 3위와 6위의 강자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롯데면세점의 경우처럼 정부가 자국기업을 우선할 경우 경쟁력과 무관하게 밀려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관세청이 주도하는 시내면세점을 제외하더하도 국내외 면세점사업자들이 경쟁입찰을 벌이는 공항면세점에서도 외국계 면세점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천공항이 처음 개항할 당시 외국계 면세점 DFS가 입점에 성공했지만 재입찰 때는 떨어졌다. 당시 인천공항에서 7년 동안 면세점을 운영했던 DFS는 입찰에서 호텔신라보다 무려 300억 원 이상을 썼는데도 떨어졌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사업자 선정과정에서는 심사기준에 경제사회공헌도가 들어가면서 사실상 외국기업의 응찰을 막았다.
◆ 정책 불확실성 높은 시내면세점
시내면세점 역시 안전하지 않다. 해외에서 롯데면세점은 3곳, 신라면세점은 2곳의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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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외국 시내면세점은 역사가 짧다. 최근 몇년 사이 중국인들의 주변국가 관광이 늘면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시내면세점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각 국가별로 명확한 규정이 정해지지 않았고 그에 따른 불확실성 역시 높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시내면세점만 하더라도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입찰 때마다 조건이나 사업환경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 역시 명확한 요건과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면세점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시내면세점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 정책에 따라 사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당초 지난해 6월 방콕에 시내면세점을 열려고 했으나 올해 6월에야 연 것 역시 태국의 국영기업 킹파워면세점의 견제 등 태국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나마 규제 탓에 합작기업 형태로 진출한 점은 리스크 관리에 긍정적이다.
신라면세점은 태국 현지기업 2곳과 함께 합작법인을 만들어 푸켓에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도쿄 시내면세점은 다카시마야백화점 60%, 전일공상사 20%, 호텔신라가 2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