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이 몰고온 '안티 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3'에 참가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이후 보조금이 크게 축소되면서 “국내 소비자만 봉”이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불만의 중심에 삼성전자가 놓여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볼멘 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를 방치하다가 자칫 안티팬에 몰려있는 현대차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도 국내 내수용 자동차보다 해외에 수출하는 차량을 더 질좋게 만든다며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와 해외 판매가격에서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역부족이다.

◆ 국내 소비자 “외국에 비해 비싸다” 불만 높아

삼성전자는 정말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들을 차별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려면 통신사 보조금이나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판매 장려금이 포함되지 않은 공단말기 가격을 비교해봐야 한다.

삼성전자 스토어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갤럭시노트4’ 공단말기 가격은 108만9천 원이다. 3% 회원 할인을 받으면 105만6330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구매대행 사이트인 익스펜시스에서 같은 제품을 약 87만 원에 팔고 있다. 배송비와 부가세를 포함하면 97만8천 원이다. 국내 가격보다 7만 원 이상 싸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5’의 경우 국내와 해외에서 가격 차이가 더 크다.

갤럭시S5 공기기의 국내 가격은 98만3천 원이고 회원 할인가는 95만3510 원이다. 반면 구매대행을 통하면 65만9500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국내 가격이 거의 30만 원이나 더 비싸다.

물론 국내 모델과 해외 모델에 성능 차이가 존재한다. 해외모델의 경우 내장 메모리가 16기가바이트로 32기가바이트인 국내 모델보다 작다. 또 국내와 달리 DMB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갤럭시S5의 경우 배터리가 한 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성능의 차이점 때문에 국내와 해외에서 가격차이가 최대 30만 원이나 차이난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의 역차별을 주장하며 불만을 터뜨리는 데 일리가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나라마다 보조금 정책이 달라 삼성전자도 단말기 장려금에서 차이가 난다"며 "단통법 이후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것은 이동통신사들이 부담하는 보조금을 줄였기 때문인데 삼성전자가 불만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몰고온 '안티 삼성전자'  
▲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위한 소비자 1만 명 서명운동'에서 시민들이 단통법 폐지 찬성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 현대차처럼 ‘안티 삼성’에 휩싸이나


삼성전자가 국내 소비자들과 해외 소비자들을 차별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갤럭시노트3’가 출시됐을 때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강동원 의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 국내 가격이 해외가격보다 30만 원 가까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갤럭시노트3의 국내 출고가는 106만7천 원인 반면 미국 출고가는 77만6천 원으로 훨씬 저렴한 편”이라며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갤럭시노트3의 부품원가가 237.5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만 원이라는 점이 공개되면서 삼성전자가 출고가를 부풀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국감에 참석했던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은 “정확한 단말기 제조원가는 영업기밀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며 “다만 같은 모델이라도 국가에 따라 제품사양이 다르며 세율 환경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가 역차별 논란에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 면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가 애플 말고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이 우수한 성능의 스마트폰을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앞 다퉈 출시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강조해 온 ‘뛰어난 스펙’이 더 이상 삼성전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해외직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이 국내와 해외의 가격차이를 직접 느끼게 된 점도 삼성전자가 굳건했던 국내 지위를 유지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가 겪고있는 역차별 논란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안티 현대차’ 논란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현대차 역시 해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가격을 국내보다 낮게 책정하는 한편 품질은 국내보다 높여 팔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역차별을 비난하는 ‘안티팬’들이 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현대차에 대한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