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내부거래로 성장한 계열사의 지분을 활용해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자주 거명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김상조 칼 끝에 서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인사청문회에서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지분율을 맞추면서 편법적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로 시장에 어떤 폐해를 줬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오너일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기 위해 일부지분을 매각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지분율을 29.99%로 맞췄는데 김 위원장이 이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8일 현대글로비스, 롯데시네마, 하림 등 대기업 3곳을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대기업으로 꼽으면서 관련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억 원 이상의 대규모기업집단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과세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대기업에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오너일가의 상장사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는 등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대거 국회에 발의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너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 계열사 수를 2015년 5곳에서 지난해 2곳으로 줄였다. 이노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오토에버가 규제대상에서 벗어났으며 현대머티리얼, 현대커머셜은 여전히 규제대상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돼 오너일가의 상장사 지분율이 현행 30%에서 20% 낮아질 경우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는 또다시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현대차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김상조 칼 끝에 서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노션의 경우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27.9%,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23.2%,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7%를 들고 있다. 지난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의 국내계열사와 내부거래 매출액(비중)은 각각 2296억 원(54%), 2조5220억 원(21%)이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오너일가 지분을 파는 식으로 규제를 피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자금줄로 꼽히는데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정 부회장이 당장에 보유지분을 팔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정 부회장은 2015년 초에 주당 20만 원 초반대에 현대글로비스 일부지분을 팔았는데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현재 16만 원대로 떨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문제가 엮어 있어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이뤄져야 하는 속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