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화기업들이 고급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급구두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화기업들이 올해도 고급구두를 내놓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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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구두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구두를 구경하고 있다. |
금강제화는 국내 제화기업 가운데 고급화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고급수제화브랜드인 ‘헤리티지’를 확대하고 있고 맞춤구두서비스도 운영하며 국내에 고급구두시장을 열고 있다.
후발회사인 형지에스콰이아와 엘칸토도 고급화 대열에 뛰어들었다. 형지에스콰이아는 디자이너 홍승완씨를 영입해 고급수제화브랜드 ‘알쿠노’를 출시했고 엘칸토는 제품에서 기성화 비율을 줄이고 맞춤수제화 비중을 늘렸다.
제화기업들이 제품고급화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젊은층에서 ‘가치소비’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소비란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비싼 값도 지불하는 소비문화를 말한다.
또 가치소비와 맞물려 젊은층 사이에서 적은 비용으로 큰 심리적 만족을 주는 ‘스몰럭셔리(Small Luxury)’ 제품들이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데 구두도 점차 스몰럭셔리에 포함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최근 ‘2016년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금융태도’에서 OECD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는 저축보다 소비성향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소비성향이 강한 것은 사치를 즐겨서가 아니라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부모세대처럼 돈을 모아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는 “최근의 20~30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는 것보다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소비를 통한 찰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끼고 저축하던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말했다
또 해외 명품브랜드가 제품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나 가죽, 장식 등에 사용되는 소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점도 제화업계의 고급화를 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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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지에스콰이아의 고급화브랜드 '알쿠노'. |
국내 소비자들이 구두의 소재를 비교하는 ‘똑똑한 소비’를 시작하면서 국내 제화기업들도 고급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고급구두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이 구두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옷에서 불던 고급화 열풍이 점차 신발로 옮겨가고 있다.
소재와 디자인이 좋다면 해외명품보다 국내기업이 출시한 구두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인종이나 국가마다 발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국산구두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제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두시장이 가성비구두시장과 고급구두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라며 “고급구두시장에서 승리한 기업이 가성비구두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제화기업들의 고급제품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