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2일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취임 후 웃을 일이 많았다.
지난해 두산베어스가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두산그룹 전 계열사의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박 회장은 최근 LS그룹과 사돈을 맺어 개인적인 경사도 맞았다.
총수 취임 2년차를 맞는 올해는 박 회장에게 실질적 경영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지난해 전 계열사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지주회사 격인 두산은 연결실적으로 매출 16조4107억 원, 영업이익 9172억 원, 당기순이익 540억 원을 거뒀다.
주력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3조 8927억 원, 영업이익 7912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8천억 원 넘게 늘어나 흑자로 전환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주요 종속법인에서 실적개선이 이뤄진 데 힘입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3월28일 두산그룹 회장에 올라 두산그룹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박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삼촌인 박용만 전 회장으로부터 총수 자리를 물려받았다.
박 회장 취임 후 두산그룹 매출은 19조 원대로 불어났다. 2014년 매출 20조3천억 원을 낸 뒤 16조원 대까지 쪼그라들다가 증가세로 돌아선 점에서 고무적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목표로 19조1천억 원을, 내년에는 20조 원을 달성을 제시했다.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두산그룹 전 계열사 흑자전환은 박 회장의 실질적 성적표로 보기 어렵다. 두산그룹은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2014년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KFC,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등 자산매각을 통해 3조 원의 자금을 마련했고 인력구조조정도 계속했다.
두산그룹은 계열사 25곳의 공정자산 추정액이 31조254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1조3천억 원 이상 줄어 올해 재계 순위도 지난해 11위에서 한 계단 떨어진 1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산은 줄었지만 지난해 실적개선은 지난 3년동안의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세부실적을 들여다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지주회사 격인 두산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3배나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했지만 매출은 2.9% 줄었다. 두산중공업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천억 원 넘게 늘었음에도 매출은 전년보다 4.0% 줄었다. 매출감소에도 영업이익이 늘어난 점에서 불황형 흑자라고 볼 수 있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주요 상장사 주가는 지난해 실적발표 뒤 오히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 회장 취임과 함께 두산그룹이 신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면세점사업도 아직 실적정상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60억 원을 냈는데 면세점업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박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내놓았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63%로 전년보다 개선됐다. 자회사 실적개선으로 악화일로에 있어 재무구조 개선에 청신호를 켠 만큼 올해는 실적성장에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산그룹 투톱으로 꼽히는 두산중공업과 두산밥캣의 실적성장이 중요하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10조 6천억 원의 수주목표를 내걸었다. 지난해 9조 원의 수주를 올린 데서 1조 원 이상 높여잡은 것이다. 두산밥캣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 투자확대와 중국시장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