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작가 은희경씨의 두번째 소설집 제목이었다. 행복이란 감정의 상대성, 주관성, 시간성을 한마디로 드러낸 것일 게다. 

행복이란 때론 구체적이기도 하고 추상적이기도 하다. 목마른 자에게 한 모금의 물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줄 테지만 개인을 넘어 다수의 행복을 측량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국가, 불행한 대한민국'을 돌아봐야 하는 까닭  
▲ 박세정 지음 '대한민국을 살아간다는 것'(생각나눔).
새 책 ‘대한민국을 살아간다는 것’은 박세정 계명대 교수가 행복을 주제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돌아본 책이다. ‘행복한 국가와 불행한 한국을 돌아보다’란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를 마쳤다. 1994년부터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세계화 시대의 일류행정’ 등 저서를 펴냈다.

경영학이나 행정학은 거시담론에 속한다. 정부정책이나 기업경영과 관련한 이론은 개개인의 삶을 속살까지 잘 비추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가 교수로서 정책적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여러나라를 방문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초점은 우리다.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왜 하필 이 시점에서 행복을 이야기하는가를 놓고 서론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그동안 사람들의 행복보다는 거시적인 국가발전에 모든 것을 집중한 나라였다. 국가가 있고 그 후에 개인이 있다는 생각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국가발전은 경제력으로 인식되었고, 그 결과로 경제성장이 강조되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경제성장이 지배적인 가치로 인식되면서 부작용 또한 너무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 물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헬조선’이란 자조적 표현까지 난무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사회가 먹고 사는 문제에만 집착해 배고픔은 면했을지 몰라도 너무도 소중한 많은 것을 잃었으며 이 때문에 심각한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국가적 행복에 관한 담론의 첫번째 예로 저자는 덴마크와 코스타리카, 부탄을 꼽고 있다. 행복지수 관련 조사에서도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나라들이다.

책은 이 나라 국민들이 왜 행복한가를 수치적으로가 아닌 경험적으로 들려준다. 실제 저자가 방문했거나 생활 속에서 만난 행복한 사회와 사람들의 얼굴들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담았다. 기업이나 교육현장은 물론 교도소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곳곳을 세밀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비춰 왜 그들이 행복할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회적 덕목들은 여럿 있다. 사람이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하며 갑을관계없는 평등한 사회, 경쟁보다 존재감을 키워주는 교육,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장치 등이다.

모두 옳은 얘기지만 우리사회에서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덕목들이다. 그러나 덴마크와 코스타리카, 부탄 등에서 행복의 조건들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보면 행복이란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닌 구체적인 실체여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책에서 소개한 군주국가 부탄의 사례만 놓고 보자. 부탄은 군주국가인데도 국민들이 국왕에 절대적인 신임과 사랑, 존경을 보내고 있다. 강압적 분위기나 관습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을 미소 짓게 만드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부탄 국왕은 왕궁의 문을 개방하고 수시로 지방을 돌며 가난한 국민들과 흙집에서 숙식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 뽑은 대통령 권력이 국민 대다수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통감하는 요즘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지도자의 조건을 곱씹어 볼만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