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발언에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도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원화 가치가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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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4원 오른 1144.3원에 거래를 마쳤다.<뉴시스> |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독일에 사실상 환율전쟁을 선포하며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했다”며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과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된 우려가 달러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고 파악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4원 오른 1144.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1월8일(1135원/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치인 1137.9원을 나타낸 뒤 소폭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확대와 감세, 규제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수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28일 1212.5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유도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31일 백악관에서 미국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중국과 일본, 독일 등 대미무역 흑자규모가 큰 주요국가들을 환율조작국이라며 비판했다.
아베 일본 총리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근거없는 비난이라며 반발하면서 트럼프발 ‘환율전쟁’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우리는 환율조작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통화정책은 유로존과 미국의 경기변동 등 다양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경제정책은 경기부양정책을 추진하면서도 힘의 논리를 통해 미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라며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있기 전까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달러화 가치의 하락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재무부가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기 때문에 글로벌 주요 국가들 사이에 ‘환율전쟁’이 실제로 벌어질 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달러화 약세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연준이 금리를 트럼프 정부의 정책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6월 이후에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6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에 따르면 미국 민간부문의 임금 상승률이 시장전망치보다 낮은 0.12%에 그치며 물가상승 기대감이 낮아진 점도 미 연준이 이른 시일 안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