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사장이 회계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남상태와 고재호 전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 전직 경영진에 이어 정 사장까지 회계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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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 사장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이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탓에 수주활동에 큰 제약을 받다가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가까스로 해외선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직접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을 축소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면서 앞으로 정 사장이 추진하는 경영정상화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혐의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현직 경영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외선주들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해졌다”며 “정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경영정상화 작업에도 힘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산업은행에 제출한 5조3천억 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자구계획안 가운데 1조5천억 원가량을 이행했다. 앞으로도 대우조선해양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가야할 길이 먼 셈이다.
그러나 정 사장이 직접 회계조작을 지시했다고 검찰이 판단해 불구속기소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경영활동에 나서야 하는 점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은 당장 대우조선해양의 자금을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9400억 원 갚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상태를 보이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협상팀을 앙골라로 보내 약 1조 원 규모의 소난골 드릴십 건조대금을 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반 년 동안 벌였던 협상이 번번이 무산됐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
정 사장이 회사채를 상환하려면 신규수주를 통해 선수금을 확보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해외선주들이 정 사장을 비롯한 현직 경영진이 대우조선해양 회계조작사태에 연루된 점을 이유로 신규선박 발주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경영진 공백사태가 생기게 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든다면 대우조선해양이 신규수주 활동에서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정 사장의 검찰조사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거래재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자본확충으로 완전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이르면 3월에 주식거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대우조선해양 주식거래 재개를 판단할 때 ‘경영의 투명성’을 들여다보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주식거래 정지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