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상북도 고령군 다산면 한 밭에서 8일 농민이 밭을 매다가 이미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더위는 올해 여름 내내 이어질 것으로 관측돼 세계 각국 보건 당국이 대응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각국 기관과 연구단체 발표 등을 종합하면 올해 초여름 폭염에 세계 각국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10일 2011년 처음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응급실에 방문한 온열질환 누적환자수가 가장 이른 시기에 1천 명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일일 발생 온열질환자 수도 201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2018년은 한국 역사상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던 해였다.
올해 5월15일부터 7월8일까지 집계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1228명으로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환자는 약 2.5배, 사망자는 2.7배 증가했다. 전체 온열질환자 가운데 81.1%는 실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열대야와 폭염으로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특히 농어민과 야외 작업자는 휴식과 함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하고 어르신, 어린이, 만성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폭염와 열대야에 건강이 쉽게 악화되거나 탈진할 수 있으니 시원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이웃과 가족들이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본 소방청도 6월30일부터 7월6일까지 일주일 동안 일본 열도 전역에서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 수가 약 1만 명으로 잠정집계됐다고 10일 발표했다.
그 이전 2주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도 약 1만3천 명에 달했다.
일본 소방청은 "6월 중순 이후부터 위험한 더위가 지속되고 있고 향후 전국의 기온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죽음에 이르게 되는 열사병을 일으키는 폭염은 이제 '재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일본 도쿄에서 8일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거리에 설치된 미스트 분사 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도 정확한 집계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집단 온열질환 발병 사태가 여럿 관측됐다.
지난달 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신문은 노스캐롤라이나 중부 지역에서만 수십 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BBC는 지난달 23일 미국 뉴저지주 페터슨 카운티에서 열린 학교 졸업식에서는 참석자 150명이 집단으로 열사병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에 보건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달은 계속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각국 보건 당국이 대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에르 마셀로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원은 "세계가 따뜻해지는 속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 폭염은 더 강해질 것이고 그 공중보건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며 "각국 당국은 도심지에 나무를 심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취약계층 돌봄을 강화해 적응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열 상승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