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초격차스타트업] 디노티시아 대표 정무경 "데이터 시스템이 AI 혁신의 핵심"

▲ 정무경 디노티시아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가 데이터 시스템을 선도하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무경 디노티시아 대표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제 산업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인공지능(AI)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와 같은 서비스도 대중에 널리 확산되면서 인공지능은 산업의 영역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 기술이 되고 있다. 

정무경 대표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결국 데이터 분야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주류인 거대 언어 모델(LLM), 거대 멀티모달 모델(LMM)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고비용의 GPU를 수천 개 이상을 연결한 슈퍼컴퓨팅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는 일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성능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초거대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AI 경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투자 성격이 강하다. 

정 대표는 “인공지능 모델의 크기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 없고, 결국에는 경제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AI 서비스가 전 인류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초거대 모델은 높은 비용 탓에 대중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로 제공되기 어렵습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기존보다 가벼운 인공지능 모델로도 높은 성능을 달성하려면 결국 데이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응용에 특화된 서비스에서는 적극적 데이터 활용을 통해 모델의 크기를 줄이면서도 충분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화되거나 특정 분야에 뛰어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개인 데이터나 해당 응용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앞으로의 인공지능 서비스 시대에는 모델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고 빠르게 데이터를 공급해 주는 시스템 역시 그만큼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 대표가 제시하는 해법은 인공지능 모델의 규모를 무작정 키우는 대신, 적정한 수준으로 경량화하고 실제 서비스 상황에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여 인공지능의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모델이 크다고는 하지만 실제 학습하는 데이터의 양에 비하면 여전히 작습니다. 그 많은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작은 모델에 모두 담으려다 보니 연관관계나 사실관계가 끊어져 결국 할루시네이션(인공지능 환각) 같은 오류가 발생합니다. 어차피 모델이 매번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니 필요할 때 적정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찾아서 인공지능 모델에 제공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결과물을 만드는 해법이 됩니다.”
[초격차스타트업] 디노티시아 대표 정무경 "데이터 시스템이 AI 혁신의 핵심"

▲ 정무경 디노티시아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디노티시아는 고도화된 데이터 제공을 위해 벡터 데이터베이스(DB) 솔루션 ‘씨홀스(Seahorse)’를 선보였다. 벡터DB는 데이터를 고차원 벡터로 색인하고, 유사성을 기반으로 검색한다. 텍스트 뿐만 아니라 음악, 사진 등 비정형 데이터에도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정보 탐색에 활용된다.

디노티시아는 벡터DB 등 기술을 활용해 개인화된 LLM 디바이스인 ‘니모스(Mnemos)’도 개발 중이다. 현재는 소형 폼팩터로 개발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손바닥 크기 수준의 초소형 단말기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사용자 고유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보안성을 확보한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면서 벡터DB의 중요성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벡터DB 전문 기업들이 등장했고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디노티시아는 2023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벡터DB 스타트업으로 세계 최초로 벡터DB에 하드웨어 가속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디노티시아는 벡터DB에 특화된 반도체 칩, VDPU((Vector Data Processing Unit) 개발까지 추진하며 세계 최초로 벡터DB 전용 가속기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 SK텔레콤에서 반도체 칩 설계 경험을 쌓은 정무경 대표의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디노티시아는 기술 성과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고 있다. 자체 개발한 벡터DB 솔루션 ‘씨홀스’는 소프트웨어만으로도 경쟁사 대비 약 2배 이상 빠른 처리 성능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하드웨어 가속기까지 결합하면 최대 10배 수준의 성능 향상이 목표다. 

“벡터DB에 특화된 하드웨어까지 직접 설계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디노티시아 밖에 없습니다. 현재 VDPU는 설계를 마친 상태이고 내년에는 실물 칩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초격차스타트업] 디노티시아 대표 정무경 "데이터 시스템이 AI 혁신의 핵심"

▲ 디노티시아가 개발한 개인화 LLM 디바이스인 ‘니모스(Mnemos)’. <비즈니스포스트>

디노티시아는 기술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CB Insights)가 선정한 ‘2025 글로벌 AI 100’ 벡터 데이터베이스 분야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말미에 “지금까지 오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투자 유치의 어려움이나 정부 규제 등, 혁신 스타트업들이라면 의례 겪는 고난이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정 대표는 뜻밖이지만 기분 좋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만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물론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힘들었다고 말할 만큼의 일은 아직은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 저희 비전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투자 유치도 순조롭게 이뤄졌습니다.”

정 대표가 담담하게 덧붙인 한마디에 그의 시선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향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진짜 역경은 아마 이제부터일 겁니다. 앞으로 2~3년이 지나 디노티시아가 더 성장한 뒤에는 그때 어떤 일이 가장 힘들었는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