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크래프톤에게 일본은 '게임 메이저리그', '개발자' 김창한 'IP 생태계 구축' 바라본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10160608_178098.jpg)
▲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온 김창한 대표가 이번에는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픽 씨저널>
크래프톤은 지난해 말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7천억 원을 투자해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투자 회사 ADK를 인수했다.
그동안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온 크래프톤이 이번에는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중국, 인도 게임 시장과 일본 게임 시장은 그 특성이 완전히 다른 곳이다. 김 대표가 다음 공략처로 일본을 선택한 배경에는 김 대표 특유의 ‘개발자적 자의식’과 게임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인구 기반 현금창출 시장과 일본 시장의 본질적 차이, 콘솔 게임의 본산
크래프톤의 기존 글로벌 전략은 인구 규모가 압도적인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이들 시장은 막대한 스마트폰 사용 인구,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폭발적 모바일 게임 수요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는 한국과 북미, 유럽 등 시장에서는 PC와 콘솔(가정용 게임기) 버전이 주력이지만 중국과 인도에서는 모바일 버전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돼있다.
일본 시장은 이 두 시장과 궤를 달리하는 곳이다. 인구 규모는 중국이나 인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게임 산업의 질적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콘솔 게임의 태동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아타리 쇼크 이후 세계 콘솔 게임의 중심은 일본으로 옮겨갔다. 그 때부터 일본 게임 시장은 닌텐도, 소니, 세가의 3대 축을 중심으로 콘솔게임 위주로 재편됐고, 세가가 경쟁에서 탈락한 이후에도 여전히 닌텐도와 소니는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또한 일본은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 ‘파이널 판타지’, ‘젤다의 전설’, ‘바이오하자드’, ‘몬스터헌터’ 등 세계적 IP들의 발상지다.
단순히 수요만으로 접근하는 시장이 아니라, 게임 IP의 정교한 구축과 확장에 최적화된 무대인 셈이다.
◆ ‘개발자’ 김창한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 크래프톤 IP 생태계 구축의 실험장
김창한 대표는 경영보다 개발에 근본을 두고 있는 최고경영자다. 게임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이 의사결정의 뿌리다.
그런 그에게 북미, 유럽, 일본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메이저리그’로 불릴 만한 경쟁의 중심지다. 이미 중국과 인도에서 수익 기반을 확보한 크래프톤이 일본 시장을 선택한 것은, 단기적 수익보다 크래프톤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이제는 수익 이상의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판단, 그리고 그 다음 도전 무대는 ‘게임 개발자가 꿈꾸는 무대’여야 한다는 철학이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공략의 무대가 일본으로 옮겨간 셈이다.
특히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원히트 원더’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IP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 일본 시장은 자체 IP를 실험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거점이 될 수 있다.
![[씨저널] 크래프톤에게 일본은 '게임 메이저리그', '개발자' 김창한 'IP 생태계 구축' 바라본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10160637_70359.jpg)
▲ 크래프톤은 ADK 인수를 통해 일본 시장 공략의 첫 발을 내딛었다. 사진은 오야마 순야 ADK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 ADK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김창한 대표는 일본 공략에 나서면서 또 다른 도전도 시작했다.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최근 크래프톤은 서브컬처 장르의 신작 ‘프로젝트 C3’를 공개했다. 서브컬처 장르는 확장성은 높지 않지만 소수의 마니아 층에게 매우 강력하게 어필하는 장르로, 그동안 크래프톤이 한 번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분야다.
프로젝트 C3의 공개는 명백히 일본 시장을 겨냥한 행보로 읽을 수 있다.
일본은 전 세계 서브컬처 콘텐츠의 중심지이며, 일본어는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에서 마치 표준어처럼 작동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서브컬처 매니아들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서브컬처 업계에서는 일본에서 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넥슨의 ‘블루아카이브’는 한국에서는 출시 초기에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일본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다시 국내와 중국에서도 주목을 받게 됐다.
애플리케이션 통계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블루아카이브의 누적 매출은 올해 2월 기준 6억5천만 달러(약 8800억 원)를 넘어섰으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일본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프로젝트 C3는 크래프톤 산하 제작사 펍지 스튜디오가 크래프톤 재팬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며 “규모나 출시 국가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은 보안상 밝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