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벤처박람회 비바테크 현장에서 6월12일 방문객이 테슬라 옵티머스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를 공장에 배치해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면 가격 경쟁력을 높여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각) IT전문지 WCCF테크는 모간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테슬라는 옵티머스로 연간 최대 25억 달러(약 3조 4천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테슬라가 12만5천여 명의 전체 공장 인력 가운데 10%만 옵티머스로 대체해도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모간스탠리는 분석했다.
테슬라는 이미 소수의 옵티머스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전기차 공장 시범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수천 대를 배치하고 이르면 4년 안에 옵티머스 생산량을 연간 100만 대로 끌어올릴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월23일 진행한 1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수천 대의 옵티머스를 생산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전기차 사업의 원가 절감의 해법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폐지로 전기차 사업에 큰 악재를 맞았다.
카본크레딧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탄소배출권 거래로 27억6천만 달러(약 3조7942억 원)를 확보했다.
트럼프 정부가 통과시킨 감세 법안으로 이 보조금을 잃을 상황에 처했는데 인건비를 줄여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WCCF테크는 옵티머스로 테슬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을 두고 “이번 모간스탠리 보고서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옵티머스를 테슬라 차량 생산 라인에 본격 투입하면 일자리 대체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옵티머스가 단순한 보조 로봇 수준을 넘어 테슬라 공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물리 인공지능(Physical AI)’ 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 로봇을 인공지능으로 동시에 학습시켜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옵티머스가 단순 자동화 기계를 넘어 여러 작업을 수행해 생산성을 높이면 차량 원가 인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더구나 테슬라는 직접 개발한 로봇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공장에 도입하는 ‘수직계열화’ 방식을 사용해 비용을 더욱 줄일 능력도 갖췄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시험 생산 라인에서 작업자가 옵티머스를 손보고 있다. <테슬라>
테슬라는 보조금 감소와 부품 가격 상승,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로 차량 원가 압박을 받는다. 휴머노이드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일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전기차 기업과 원가 경쟁력 대결도 중요한 지점이다.
테슬라는 보급형 신모델 전기차 출시를 무기한 늦추고 있는데, 이는 경쟁력 하락 원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존 모델의 생산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옵티머스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아직 불확실성도 크다. 옵티머스의 상용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실제로 노동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로봇 공급망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는 옵티머스 관절과 손에 각각 들어가는 롤러 스크류와 모터 공급을 중국에 의존한다”라고 전했다.
희토류 사례와 같이 중국이 해당 부품의 수출을 제한하면 테슬라가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테슬라가 옵티머스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비전을 실현시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간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