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후연구단체 "지구온난화에 유럽 6월 폭염 사망자 3배 늘어, 화석연료 줄여야"

▲ 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구급차가 극한 폭염에 쓰러진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에서 발생한 초여름 더위 피해자 숫자가 지구온난화 영향에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은 9일(현지시각) 올해 유럽에서 발생한 초여름 폭염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집계기간은 6월23일부터 7월2일까지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집계기간 동안 유럽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약 4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온열질환 사망자 숫자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기상특성 연구진은 "이번 유럽 초여름 폭염 시기 사망자 약 2300명 가운데 1500명은 기온상승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지구온난화가 폭염 사망자 수를 약 3배 늘린 셈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세계기상특성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과 협업을 진행했다.

게리팔로스 콘스탄티누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그랜텀 기후변화 연구소 박사는 "기후변화는 폭염을 심화시키고 사람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단 1.5도 가량의 작은 온도 차이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작은 변화들이 모여 더 뜨거운 폭염과 엄청난 수의 열사병 사망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콤 미스트리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박사는 "이번 연구는 폭염이 왜 조용한 살인자라 불리는지 잘 보여준다"며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이미 소수 사망자들이 보고됐으나 현재 극한 기온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수천 명이 더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며 각 당국은 이들을 폭염 사망자로 집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보고서를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은 가상세계를 구성해 실제 세계의 환경과 비교 분석했다. 실제 세계의 지구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기온이 약 1.3도 오른 것으로 가정했다.

벤 클라크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환경정책 센터 연구원은 "우리 연구는 단 1.3도의 온난화로도 기후변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며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 내로 기온상승은 3도에도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염 피해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온열질환 사망자 499명이 발생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피해가 가장 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340명), 프랑스 파리(373명), 영국 런던(263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사망자의 8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프레데리케 오토 임페리컬 칼리지 런던 기후과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단한 사실을 나타낸다"며 "더 많은 석유, 석탄, 가스를 태울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럽 폭염이 더욱 치명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극심한 더위를 견딜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고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년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있어 절대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