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융계열사 대표 '코드인사' 논란 지속, 첫 직선 농협회장 강호동 책임 더 무거운 이유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취임 이후 강 회장의 인사 행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균형 잡힌 지역 안배 인사도 없고, 우수 인재를 등용하려는 능력주의 인사도 없다. 오로지 하나, 강 회장과 마음을 나눴느냐, 안 나눴느냐 하는 게 유일한 인사 원칙이 되고 있다.”

우진하 농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농협조합감사위원장 인사를 공개적으로 규탄하며 한 이야기다. 

강 회장의 취임 이후 강 회장의 인사 행보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은 최근 농협중앙회 조직감사위원장으로 김병수 전 NH농협하나로유통 대표를 선임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측은 ‘코드 인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수장들은 모두 강호동 회장의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더욱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남 편중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강 회장과 뚜렷한 접점이 없는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부산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 취임 이후 호남 출신 인사가 단 한 명도 주요 계열사 CEO로 발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호남 홀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 되풀이되는 농협중앙회의 보은·코드인사 관행

농협중앙회에서 코드인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농협중앙회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임명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선거에서의 ‘보은 인사’ 또는 ‘코드 인사’ 논란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농협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특정 지역이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한 임명 논란은 되풀이되어 왔다.

수도권 출신인 이성희 전 회장은 경기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장 두 명(권준학, 이석용)이 연이어 경기 출신으로 선임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김병원 전 회장 때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같은 전남 구례 출신인 서기봉 NH농협생명 대표를 임명했으나, 서 대표는 임기 중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농협 금융계열사 대표 '코드인사' 논란 지속, 첫 직선 농협회장 강호동 책임 더 무거운 이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5월22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5년 농협벼전국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 직선제로 전환된 첫 회장의 상징성과 위험성

강호동 회장은 17년 만에 처음으로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이다.

직선제 도입은 농협중앙회장의 민주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코드 인사나 보은 인사 문제가 발생한다면 파장은 간선제일 때보다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특정 지역이나 계파에 편중된 인사가 반복될 경우, 농협 조직 전체가 분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흑색선전’과 ‘진흙탕 싸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선제 도입 이후 불거진 인사 논란은 농협중앙회를 향한 조합원들의 불신을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

농협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정착시키려는 직선제의 근본 취지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인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강호동 회장은 취임 1년 차에 불과하지만 농협 역사상 중요한 제도적 전환기의 첫 주자로서 인사 기준과 원칙을 확립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신뢰 회복과 조직 통합을 위해 인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