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 전경 <한국도로공사>
특히 도로공사는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중 가장 많은 작업장을 관할하는 공기업인 만큼, 작업장 안전관리를 강화해 사망사고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친환경·디지털 인프라로 전환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작업장 안전관리 강화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이 때문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스알(SR) 등 다른 SOC 공기업보다 훨씬 많은 작업장을 관리한다.
2024년 한 해 도로공사가 관리한 작업장은 1731곳으로, 주요 SOC 공기업 평균 283곳보다 월등히 많았다.
특히 고속도로 작업은 대부분 자동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도로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자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된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전체 작업장 중 88%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작업장이고 소규모 외주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자체 안전관리 역량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작업장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20년 8명, 2021년 9명에서 2022년 3명으로 극적으로 줄었다가 2023년 6명으로 늘었으나 2024년 4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사망자는 2024년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로공사 직영 작업장이 아닌 소규모 외주 작업장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작업장 안전관리 대책을 지속 추진하면서 재해 취약요인을 집중 관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24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소규모 사업장(50억 원 미만)에까지 확대 적용됨에 따라 안전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먼저 도로공사는 소규모 작업장 안전 강화를 위한 통합발주를 추진 중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유사 공종을 50억 원 이상 규모로 통합발주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통합발주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5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는 안전관리자(도로안전통제원) 배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공사는 소규모 업체 역량 강화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사고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편 도로공사는 안전사고 사망자 수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전사고 사망자 수는 공공기관의 관리시설에서 기관의 귀책사유로 사망한 일반국민의 수를 말한다. 도로공사의 경우 2020년 이후 안전사고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 고속도로
도로공사는 2021년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기준 30%, 2050년까지 100% 감축해, 순 배출량 ‘0’을 달성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도로건설, 유지관리, 휴게소 운영 등 전 부문을 포괄하는 과제를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로공사는 2014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 추진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2021년에는 전 부서가 참여하는 ‘탄소중립추진위원회’를 신설했다. 탄소중립추진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탄소중립 전략의 일환으로 도로공사는 ‘에너지 자립 고속도로’ 구축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고속도로 인프라에 적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3년까지 281개소에 14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고 추가로 발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또 도로지붕형 태양광과 터널관리시설 태양광도 단계적으로 설치해 나가고 있다.
‘에너지 자립 졸음쉼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졸음쉼터 내 태양광 그늘막을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2024년까지 24곳을 조성했고 올해 50곳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밖에도 도로공사는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건설공사에 유리섬유강화폴리머 철근(GFRP)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GFRP는 유리섬유를 적용한 철근으로 기존 철근보다 강하고 녹과 부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존 철근에 견줘 생산 때 탄소 배출을 40~50%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도로공사는 2023년 CFRP를 국가건설기준으로 제정·등재하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또 도로공사는 밝기가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가로등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가로등 분야 탄소배출을 22% 감축하기도 했다.
아울러 휴게소의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관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난방, 오수처리, 전기, 휘발유, 경유 등 10개 항목의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하고 성과 평가를 거쳐 컨설팅과 시설 개선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2024년 2월6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휴게소에서 열린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천~조안 구간 개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6월18일 ‘디지털 전환 선포식’을 열고 ‘디지털 전환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이 마스터플랜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속도로 운영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국민 체감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관리 등 업무 전반에 디지털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먼저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상용화에 대비한 첨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복합환승센터가 있다. 복합환승센터는 자동차와 기차, UAM을 모두 환승할 수 있는 거점으로, 지하에는 도로가, 지상에는 UAM이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UAM 버티포트가 각각 설치된다.
또한 도로공사는 2019년 국내 최초로 건설정보모델링(BIM) 설계를 도입해 도면 등의 정보를 3D로 디지털화해 관리하고 있다. BIM은 설계 단계에서 도로시설물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함으로써 사전에 검증·보완하고 설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도 적극 활용 중이다. 예컨대 겨울철에 도로 살얼음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구간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해 염수액을 사전에 살포하거나, 화물차가 요금소에 진입할 때 촬영된 CCTV 영상을 분석해 적재불량 차량을 자동 선별하는 데 AI가 활용된다.
또 주행 중 카메라로 촬영한 노면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속도로의 손상 위치와 규모를 검출해 내는 ‘AI 기반 도로파임 자동탐지장비’도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