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이 ‘인공지능(AI) 멘토’ 시스템을 도입한다.

현대백화점은 22일 백화점 신입사원이나 저연차 직원, 직무변경 직원의 업무 숙달과 전문 지식 함양을 돕자는 취지에서 대화형 AI 멘토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사내에 정식 도입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AI 멘토 시스템' 도입, "1대 1 대화로 실전형 업무 노하우 알려줘"

▲ 현대백화점이 '인공지능 멘토' 시스템을 도입한다.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에서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인재개발원과 조직문화 전담조직인 컬처랩, ICT전문 기업 현대퓨처넷의 협업으로 시스템이 구현됐다. 해당 시스템은 현대백화점 사내 메신저에 탑재됐다.

현대백화점은 “지금까지 단순한 문답 방식의 챗봇으로 업무 가이드라인을 전파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내 직원의 정성적인 지식을 데이터화하고 생성형 AI 기반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수하는 방식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이렇게 구동된다. 사내 메신저에 질문을 올리면 “글로벌 브랜드 직매입 중에서도 바잉/소싱 단계에서 리스크 점검이 막막하군요? 바잉에선 주문 예측에 기반한 바잉 규모 산출, 소싱에선 차별화 상품 확보와 관련한 종합적 판단이 중요한데 어떤 팀과의 협업 과정을 거치는 게 좋은지 알려드릴게요”라는 대답이 나온다.

1대 1 밀착 대화로 실전형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멘토가 출근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MD(상품기획)와 공간, 트렌드, 글로벌, 회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13개 주요 직무 분야에서 우수 성과자와 공인 자격증 소지자, 경력 입사자 139명을 사내 전문가로 선발하고 올해 초부터 3개월 동안 이들과 ‘인사이트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규점 출점 시 공간 기획, 글로벌 브랜드 정규 입점 유치 등 각자 분야에서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인터뷰에는 전사 설문조사로 취합한 직무 관련 궁금증과 관련한 답변도 포함됐다.

인터뷰 내용은 AI 학습용 데이터로 구조화한 뒤 생성형 AI 기술과 접목하는 과정을 거쳤다. 

현대백화점은 “약 3300시간 분량에 달하는 인터뷰의 핵심을 학습시켰기 때문에 현대백화점만의 직무 인사이트가 반영된 고유의 AI 시스템이 완성됐다”며 “이렇게 개발된 AI 멘토 시스템은 사내 메신저에 탑재돼 언제 어디서든 대화로 질문할 수 있어 일종의 ‘맞춤형 업무 과외’가 가능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경력자의 직무 지식을 공유하며 전반적인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선 건 ‘인공지능 전환’ 전략의 하나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현대백화점은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마케팅과 고객 응대 서비스 업무에서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23년 업계 최초로 광고 카피와 판촉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생성형 AI 시스템 ‘루이스’를 도입했고 2024년 9월부터는 고객 불만 접수 시 문제를 분석하고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고객상담실의 응대 역량을 높여주는 ‘인사이트 랩스’를 활용하고 있다.

분석 시간을 덜고 타깃 효과는 높여주는 고객 행동 분석 프로그램 RTS 등 다양한 직원용 마케팅 도구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돼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시무식부터 책임(과장) 승진자에게 주는 승진 축하 선물을 12년 만에 기존 만년필에서 태블릿PC로 바꾸기도 했다. 앞으로 조직문화 혁신의 중점을 디지털 기반의 업무 경험에 두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담았다.

민왕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은 “그룹의 방향성에 맞춰 인재 온보딩(조직 적응 지원) 영역에 선제적으로 인공지능 전환을 추진해 인재 육성과 조직 전반의 운영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AI 멘토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지식 데이터가 축적되면 업무 혁신에 관한 인사이트도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내재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