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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달러 기반 테더가 달러 가치 방어에 일정 역할을 하듯,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국내 금융권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환율전쟁 그림자] 테더처럼 '디지털 원화'도 가능할까,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율 방어 나서는 은행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5/20250520145537_181397.jpg)
▲ 테더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되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논의도 활발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0일 금융권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환율과 통화량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9일 ‘디지털 자산 전문가 패널 간담회’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 원/달러 환율에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국내 통화수요 감소 및 외화수요 증가로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240만 개 이상 급증할 때 원/달러 환율이 약 10% 상승하고 코스피가 10% 하락하는 등 외환보유액 감소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발표했다.
환율 변동성과 맞물리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관심과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달러 등 법정화폐와 1대1로 연동된 가상화폐다.
발행사는 고정된 가치 유지를 위해 해당 법정화폐에 상응하는 실물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테더는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인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 체제에서 발생한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개발과 성장을 촉진하며 미국 달러 주권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진 가운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원화 가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환율전쟁 그림자] 테더처럼 '디지털 원화'도 가능할까,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율 방어 나서는 은행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5/20250520145603_135043.jpg)
▲ 이승석 한국경제인협회 책임연구위원(맨 왼쪽)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19일 ‘디지털 자산 전문가 패널 간담회’에 참여한 모습. <한국경제인협회>
스테이블코인은 직접적인 원화 거래가 아니더라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어, 해외에서의 거래량 확대가 곧 원화 수요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를 중심으로 주요 은행들이 모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발행 컨소시엄에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과 금융결제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금융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제도적 측면에서 같이 움직이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약에 포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달러가 아닌 원화연동 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다른 화폐 연동 코인으로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유로(EURS),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이피와이씨(JPYC) 등이 있지만 유동성과 실제 활용 측면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만큼 효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실제 환율 방어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지만, 국내 금융권이 디지털 통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달러를 디지털화하는 방향을 잡은 만큼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으로 원화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실험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 시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 중심으로 빠르게 이용자가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