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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그림자] 트럼프발 약달러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익 준다, 반도체 수출 '비상'](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312/20231204085233_242706.jpg)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는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폭 만큼 원화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기본적으로 수급에 따른 가격변화가 더 중요한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이달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환율 정책을 협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감축을 위해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통화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미국과 교역에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걷어들이는 동시에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더라도 주요국 통화가치는 대부분 저평가되어 있어 미국 측이 저평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원화 절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수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환율이 1% 변했을 때 매출과 비용이 각각 9천억 원, 3천억 원씩 변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삼성전자는 2024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5% 하락하면, 2024년 말 기준 3653억 원의 순손실(법인세 차감 전)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2025년 1분기 고환율 기조에 힘입어 5천억 원 수준의 환차익을 얻었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적으로 지난해보다 9% 높은 1454원에 거래됐다.
대만 반도체기업 TSMC는 대만달러가 1% 절상될 때마다 영업이익률이 약 0.4%포인트씩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만달러/달러 환율을 올해 들어서만 10% 가까이 폭등했다.
![[환율전쟁 그림자] 트럼프발 약달러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익 준다, 반도체 수출 '비상'](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8165851_69935.jpg)
▲ 대만달러와 한국 원화의 최근 강세를 두고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시기가 알리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미국 입장에서 반도체 관세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무역 상대국의 통화를 절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는 현재 반도체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결과 대만 정부의 해명에도 외환시장 내에서는 대만이 미국과 무역협상 차원에서 대만달러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진척됐을 때도 원화 가치가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투자정보회사 모트캐피털매니지먼트 창립자 마이클 크레이머는 “대만 달러와 한국 원화의 이례적 강세는 시장이 반도체 관세 악재에 조용히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반도체 주요 수출국의 통화 움직임을 보면 조만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환율보다 공급과 수급에 따른 가격변동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5% 이상 하락했음에도,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와 재고 감소 영향으로 D램 가격은 10% 이상 상승했다.
또 국내 반도체 기업은 원재료나 장비 등을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미국 등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비용과 투자 측면에서는 원화강세가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협상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한-미 환율 실무협의에 따른 원화 절상 압박 등을 고려하면 환율이 재차 크게 상승하기보다는 현 수준에 안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관측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 약세와 비 미국 자산으로 자금 이동 흐름에 따라 1300원 중반대까지 하락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며 “다만 올해 4분기 이후에는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 국내 성장 모멘텀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1400원 대에 재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