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국산 전구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낸다.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데, 미국 규제로 중국산 전구체 수입이 쉽지 않아지면서 국산 전구체 생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미국 규제에 '탈중국' 시급해진 배터리용 전구체, 국내 양극재 4사 본격 양산 돌입

▲ 국내 양극재 기업이 국산 전구체 비율을 늘리기 위해 투자한 신규 공장이 속속 가동된다. 사진은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 전경. <고려아연>


다만 각 기업마다 공장 준비 상황이 다른 만큼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면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화학, 에코프로그룹,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국내 양극재 4사는 계열사와 합작사 또는 자체 공장을 통해 국산 전구체 양산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국내 양극재 기업은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중국산 전구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공급망 구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4대 양극재 기업은 자회사나 계열사 또는 자체 공장 증설을 통해 국산 전구체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이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와 49대51의 지분으로 설립한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는 올해 1월부터 울산에서 전구체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현재 가동률은 80~90%에 이른다”고 말했다. 회사의 전구체 생산 능력은 연간 2만 톤 규모다.

이외에 LG화학은 아예 전구체 공정을 거치지 않고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술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전구체 프리 양극재’를 양산해 비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신규 증설한 전남 광양 전구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현재 본격 양산 직전 단계이며 6월 안에 목표 가동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4만5천 톤 규모다. 포스코퓨처엠은 기존 생산 능력 5천 톤을 더해 국내에서 모두 5만 톤의 전구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포스코퓨처엠이 지난 13일 발표한 1조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안에 따르면 회사는 운영자금 2884억 원을 광양 전구체 공장의 원료 구매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미국 규제에 '탈중국' 시급해진 배터리용 전구체, 국내 양극재 4사 본격 양산 돌입

▲ 포스코퓨처엠이 신규 증설한 전남 광양 전구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4만5천 톤 규모다.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가 LS그룹과 45대55의 지분율로 합작한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의 전북 새만금 전구체 공장은 5월부터 시운전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7~8개월의 램프업(대량 양산이 가능하도록 생산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 기간을 거친 뒤 2026년 초부터 본격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생산 능력은 2026년 2만 톤으로 시작해 2029년 이후 12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최대 전구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에코프로그룹의 전구체 제조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신규 공장의 준공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회사 측은 “포항 신규 공장의 준공을 원래 올해 안에 완료하기로 했으나, 고객사 물량이 감소하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준공 시점이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포항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6만6천 톤 정도다. 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전구체 생산량 5만 톤과 함께 모두 11만6천 톤의 전구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국산 전구체 생산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변경 법안이 꼽힌다.

IRA 내 해외우려단체(FEOC) 규정이 배터리 업계의 소재 ‘탈중국’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이 최근 내놓은 IRA 변경 법안이 금지외국단체(PFE) 규정을 신설하면서 중국의 보조금 수령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원료 수급 측면에서 중국 전구체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데도 국산 전구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5년부터 전구체에 FEOC가 적용돼 양극재 업체들의 비 중국산 전구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전기차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세계 삼원계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LG화학이 6.7%, 에코프로비엠 6.1%, 포스코퓨처엠 5.0%, 엘앤에프 4.1% 등이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