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2012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다시 복귀한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802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2014년과 2015년 잇달아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올해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마른 수건 짜내기로 이룬 흑자이다 보니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 올해 1조 클럽 다시 복귀, 마른 수건 쥐어짜기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현대중공업이 영업이익 1조6천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012년 2조 원을 훌쩍 넘었지만 이듬해 8천억 원대로 크게 뒷걸음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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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대형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각각 영업손실 1935억 원, 5912억 원을 냈다.
현대중공업의 흑자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매출은 뒷걸음질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다.
대규모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도크 가동중단 등을 통해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비용절감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직원 수는 2014년 말 기준 2만8291명에서 2016년 9월 말 기준 2만3749명으로 4500명 이상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7월 울산조선소에 있는 도크 한곳의 가동도 중단했다. 일감이 부족해 도크 가동을 중단한 건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취임 2개월 만인 2014년 11월 임금 반납을 선언한 뒤 지금까지 최저임금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주요 계열사의 사장과 임원들도 임금의 일부를 반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대형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조선업황이 살아나면 현대중공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거라는 기대감에 큰 폭으로 올랐다. 주가는 1월 한때 7만9천 원대까지 떨어졌으나 현재 14만 원대로 2배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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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가 12월9일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이란의 이리슬(IRISL)과 선박 수주계약을 맺고 아미르사만 토라비자드 이리슬 기술·영업부문 이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불황형 흑자, 언제까지 가능할까
그러나 수주가뭄으로 매출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의 흑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수주를 통해 매출이 늘어야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매출은 2010년 4분기부터 22분기 연속으로 10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2분기에 10조 원대의 벽이 깨졌다. 2분기 매출이 9조 원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3분기 매출은 8조 원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신규수주가 살아나야 하는데 조선업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2017년 산업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도 상선 발주가 줄어들어 한국과 중국, 일본 조선소끼리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은 국내의 상선 발주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가 보유한 수주잔고가 감소하고 있어 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극심한 수주가뭄이 지속된 만큼 당분간 외형축소도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은 11월 올해 수주목표를 기존 195억 달러에서 95억 달러로 내렸으나 이마저도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이란의 국영선사 이리슬(IRISL)로부터 수주한 금액을 더하면 80억 달러가량의 수주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