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내에서 난동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항공사의 보안의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항공기내 폭행과 난동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항공보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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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두(왼쪽)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
개정안은 기내에서 폭언이나 고성방가 등 소란을 일으키거나 술 또는 약물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민병두 의원은 “현행법은 폭행·폭언 등 기내 불법행위를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며 “불법행위가 항공기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비해 미미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기내 불법행위를 징역형으로 규정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인 만큼 처벌 규정을 높여 항공기 안전에 경각심을 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 역시 땅콩회항 사건처럼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공기의 운항 등을 저해하는 경우 현행 징역 5년 이하에서 10년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항공보안법 개정안을 23일 내놨다.
최근 대한항공에서 기내난동 사건이 또 일어나면서 기내 불법행위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다.
임모씨는 20일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침을 뱉는 등 난동을 피웠다. 당시 여객기에 타고 있던 미국의 팝스타 리처드 막스가 만취한 임씨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외신들의 보도까지 이어졌다.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한공 상무의 땅콩회항 사태 이후 두 번째로 기내난동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번진 셈이다. 2013년은 ‘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커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내난동 건수는 2012년 191건, 2013년 203건, 2014년 364건, 2015년 460건으로 조사됐다. 3년 동안 2.4배가 늘어난 것이다. 2016년 상반기에만 297건의 기내 불법행위가 발생했다.
항공기로 이동하는 승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내난동 처벌은 가볍다는 것이 이런 증가추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내 소란·난동 행위는 기존 5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천만 원 이하로 올해 1월부터 처벌이 강화됐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미국은 승객이 승무원 업무를 방해하면 최대 징역 20년 또는 벌금 25만 달러(3억 원)를 내릴 수 있다. 호주 역시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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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한 인천행 KE480편 항공기 프레스티지석에서 난동을 부리는 임씨를 제압하는 것을 리차드 막스가 돕고 있다.<뉴시스> |
국토교통위원회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내 난동은 탑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안내를 강화하고 처벌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난동을 부리는 승객의 처벌만큼이나 항공사들의 안전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들이 적절한 대처 지침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벌어진 임씨의 기내 난동사건에서 리처드 막스는 “승무원들이 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승무원들은 장전되지 않은 채로 테이저건을 겨누고 포승줄을 제대로 묶지 못하는 등 미흡한 대처를 보였다.
국내 항공사들은 기내난동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3단계의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매뉴얼은 기내 방송으로 자제 부탁, 경고장 제시, 포박 또는 격리조치로 이어진다.
하지만 술에 취해 사고와 판단능력을 잃은 경우 경고장을 내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요원을 상주시키거나 항공사끼리 ‘난동 승객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항공사들이 보안의무를 철저히 하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